남북관계가 지난 두 차례 서해연평해전 이후 상황보다 더욱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사실 올해 초만 해도 북한은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6·15 남북공동선언 10주년인 올해 민족 화해와 협력을 적극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대화와 협상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하지만, 채 4개월도 되지 않은 지금 남북관계는 그 어떤 시기보다 경색되어 있다. 더욱이 천안함 사건과 탈북자를 위장한 간첩사건, 금강산 내 남한 부동산 몰수조치, 4·15 태양절 폭죽행사 비난발언에 대한 북측의 반발 등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이러한 남북 관계 경색에 남모르게 가슴 졸이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또 있다. 바로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국경을 넘어온 북한 이탈주민들이다.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북한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보는 사회적 시선이 더욱 냉담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 이탈주민 수는 작년 말 기준 1만7984명으로 올해 안에 2만명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7년 ‘북한 이탈주민 1만명 시대’ 이후 3년 만에 두 배에 이르는 빠른 증가속도다. 북한 이탈주민 입국자 수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매년 100명 미만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고난의 행군 이후 ‘생계형 탈북자’들이 대거 입국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부터 매년 1000명 이상이 늘었고, 2006년부터는 매년 2천명 이상이 입국하고 있다. 이들 북한 이탈주민들이 남한사회에 적응하고 정착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이 취업이다. 북한에서는 모든 주민의 일자리를 당에서 결정해 배치하지만, 남한에서는 직접 일자리를 찾아야 하며 직업에 필요한 능력을 스스로 키워야 한다. 이런 점들이 북한 이탈주민에게는 너무 생소하고 힘든 적응의 길이다. 특히 직업능력을 키우는 데 있어 더욱 어려움을 겪는 것이 정보화다. 남한에서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 힘들다. 하지만, 북한이탈주민들은 북한에서 정보화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사실 이들 대부분은 북한에서 컴퓨터를 만져보지도 못했다. 북한이탈주민 정보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겨우 9.6%만이 북한에서 컴퓨터를 사용해 보았으며, 이론교육을 포함해 학교에서 컴퓨터 교육을 받아본 경험자 역시 26.3%에 그쳤다. 이러한 ‘정보 문맹’은 정보화가 일상화된 남한사회에서 이들이 적응하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비록 한국정보화진흥원이 2002년부터 북한이탈주민들이 하나원 입소기간 동안 30시간 내외의 정보화 기초교육을 제공하고 있고, 하나원 퇴소 후에는 희망자에 한해 총 120시간의 실용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탈주민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남한 정보화 사회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북한 이탈주민 정보격차 해소는 통일 이후 북한 주민의 정보격차 해소정책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장애인, 고령층, 저소득층, 농어민 중심으로 한반도 반쪽을 위한 정보격차 해소노력이 진행되었다면, 이제는 나머지 반쪽(북한)을 위한 정보격차 해소노력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 이탈주민을 위한 정보격차 해소정책은 통일한국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다. 북한 이탈주민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정보격차2.0’이 필요하다.
박문우 한국정보화진흥원 책임연구원·북한학 박사 parkmunwoo@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