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에 주차장·도시가스 배관 집중…지진 취약
우리나라 도시지역에 강한 지진이 발생하면 다세대주택, 빌라 등이 가장 위험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5층 안팎 건물이 강진에 취약한 데 국내 크고 작은 도시에 많이 지어진 다세대주택과 빌라가 이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국내 대표적인 지진전문가 가운데 한 명인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책임연구원·지진연구센터장)는 4월 초 열린 지진 관련 토론회에서 “4~6층 구조물에 대한 내진 보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헌철 박사는 지난 4월7일 오전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안보·방재포럼 창립토론회에 참석해 한반도 지진학적 환경과 지진방재 현황에 대한 기조발표를 했다. 이날 기조발표를 통해 지 박사는 지질학적으로 한반도가 중국·일본에 비하면 강진이 발생할 확률은 낮지만, 내진설계 기준 등 지진대책이 상대적으로 허술한 탓에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라면서 특히 “4~6층 건축물이 규모 6~7 지진에 취약하다”고 꼬집었다.
4~6층 건축물이 지진에 취약한 이유로 지 박사는 구조적 문제뿐 아니라 우리나라만의 특성도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분석해 관심을 모았다. 지 박사 발표에 따르면, 국내 4~6층 건축물 가운데서도 특히 다세대주택과 빌라가 문제로 보인다. 도시가스 배관시설과 주차장이 1층에 있기 때문이다.
먼저 지 박사는 1995년 1월17일 발생한 일본 고베지진(규모 7.2)을 예로 들면서 고베지진 때 가장 큰 피해 원인이 도시가스라고 설명했다. 지진으로 도시가스 배관시설이 파괴돼 폭발과 화재를 일으키는 등 2차 피해가 심각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은 고베지진 때 교훈을 ‘반면교사’ 삼아 지진계 설치와 블록화를 통해 도시가스 지진대응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우리는 매우 허술하다고 지 박사는 지적했다.
그는 특히 지진이 발생하면 대부분 1층이 무너지기 마련인데, 국내 다세대주택·빌라 가운데 상당수는 1층에 도시가스 배관시설이 집중된 탓에 강진이 발생할 경우 큰 피해를 부를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많은 다세대주택·빌라가 1층을 주차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필로티 방식으로 지어졌다는 것도 지진에 취약한 원인이라고 지 박사는 지적했다. 때문에 그는 “필로티 설계로 지어진 건물들에 대한 내진 보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난포커스 (http://www.di-focus.com) - 이주현 기자(yijh@di-f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