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 PwC는 세계 전자출판산업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27.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북미 성장률이 21.5%인 반면에 유럽 53.8%, 중국 42.9%,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권은 35.3%로 예측했다. 이미 북미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일각의 관측과 달리 성장 열기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미 전자책(e북) 시장은 가장 치열한 전쟁터다. 포문은 아마존 킨들이 열었다. 킨들은 2009년 미국 e북 시장에서 점유율 65%를 차지했다. 다른 기업의 도전도 거세다. 소니는 e북과 전자책서점 ‘소니 커넥트’를 통해 전자책 콘텐츠 1만여종을 제공한다.
구글은 전 세계에서 출간된 도서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디지털도서관’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서적 검색엔진 ‘구글 북서치’도 있다. 통신기업인 도코모 모바일 소설을 200만부 이상 판매하고 이를 또다시 종이책으로 출간해 100만부 넘게 팔았다.
야후는 ‘열린 도서관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영국 국립문서국, 미국 캘리포니아대 도서관, 뉴욕 프릴렝거 문서국의 다양한 콘텐츠를 전자 문서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강력한 움직임은 애플 ‘아이패드’다. 올 4월 북미에서 먼저 출시된 아이패드는 전자책 시장에 큰 폭풍을 몰고올 것이다. 과거 애플은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아이튠스’를 공개했다. 아이튠스는 음반 제작자에 새로운 수익모델을 제시하며 단번에 음원 시장의 질서를 변화시켰다. 이번에도 애플은 ‘아이북스’라는 새로운 전자책 콘텐츠 유통 모델을 선보였다. 이에 아마존과 애플의 전자책 콘텐츠 쟁탈전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전쟁에는 단말기·콘텐츠·유통업체가 따로 없다. 구글은 전자책 콘텐츠로 변환된 저작물 50만권을 소니에 제공한다. 통신업체 버라이즌은 애플과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 반즈앤노블은 아이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전자책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뉴욕타임스는 아이패드에서 볼 수 있는 신문 콘텐츠를 공급한다.
이처럼 전자책산업은 콘텐츠를 비롯해 단말기·무선데이터·유통·솔루션·IPTV 등 타 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한다.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결국 전자책산업 전반의 도약을 이끄는 것이다.
국내 분위기도 달라졌다. 과거 PC에서만 볼 수 있던 전자책 콘텐츠는 e북 출시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2007년 네오럭스는 국내에 처음으로 e북 ‘누트1’을 선보였다. 당시만 해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반응도 느리고 컬러도 구현되지 않는 e북이 과연 성공할 수 있겠냐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아마존 킨들의 성공이 인식을 바꿨다. 2009년 출시된 아이리버 ‘스토리’는 디자인이 호평을 얻으면서 유럽 등지로 수출되고 있다. 삼성도 터치 기능이 적용된 e북을 내놨다. 교보문고는 자신들이 보유한 6만종에 달하는 전자책 콘텐츠를 바탕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인 인터파크는 아예 아마존 킨들과 유사한 전자책 모델을 들고 나왔다. 전자책 서비스 ‘비스킷’은 3세대(G) 통신망에서 전자책 콘텐츠를 검색하고 내려받을 수 있다.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입한 콘텐츠를 다른 단말기를 통해 읽는 것도 가능하다. 인터파크는 단말기 혹은 유통 등 한 분야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전자책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에 사업 중심을 두고 있다.
예스24·알라딘을 필두로 한 온오프라인 서점이 모인 한국이퍼브 또한 전자책사업을 시작했다. 중소업체들의 도전도 거세다. 넥스트파피루스는 e북 ‘페이지원’을 한국이퍼브를 통해 공급한다. 북큐브네트웍스는 기존 전자책 도서관사업을 바탕으로 단말기사업에도 진출했다. 북토피아의 콘텐츠와 전국에 구축된 전자책 도서관이 북큐브네트웍스의 무기다.
출판사도 움직임이 부산하다. 더난출판, 문학과지성사, 사회평론, 길벗 등 200여개 출판사와 제휴한 한국출판콘텐츠는 이달부터 새롭게 이퍼브(epub) 형태의 전자책 콘텐츠를 공급한다. 아직 상당수 출판사가 유통 불안과 수익 감소를 우려하며 전자책 시장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관련 법규가 정비되고 신뢰 관계가 회복된다면 상황은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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