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취재/재송/국가과학자릴레이인터뷰/1회/노태원 서울대 교수

 국가 과학자 5인이 지난 28일 선정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세계가 주목하는 연구성과를 수없이 도출했지만 만족하지 않고 다시 모험연구를 찾아나섰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노벨상 1호를 꿈꾸며 ‘제 2의 과학기술 인생’을 시작하는 5인의 포부와 제언을 들어본다.

 “안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모험을 시작합니다.”

 노태원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53)는 결코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물리학계를 대표해 국가과학자가 된게 미안하고 또 책임감도 무겁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10년 뒤 꼭 우수 성과를 낸다는 보장이 없더라도 연구계를 이끌 수 있는 고위험 분야를 택했다”며 향후 연구에 굳은 의지도 피력했다.

 노 교수가 국가과학자로 집중할 연구 분야는 ‘신재생에너지 분야 발전에 기여할 고집적·고효율 신개념 소자’이다. 90년대 가장 먼저 강유전체 분야에 뛰어들어 학계를 선도한 노 교수로서는 새로운 도전이다.

 그는 “신재생에너지가 세계적 화두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지만 대부분 기존 물리 개념을 적용한 실험에 집중한다”며 “선진국은 한 걸음 더 나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는 데 힘을 쏟아 우리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트렌드나 유행을 쫓기보다 고생스럽더라도 우리나라가 리딩할 수 있는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겠다는게 그의 일관된 연구 철학이다.

 노 교수는 “400만원의 연구 지원비로 교수직을 시작했던 20년 전에 비해 현재 정부·산업계가 기초연구를 보는 시각은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도 연구비지원은 모든 연구분야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 연구비를 N분의 1로 분배하는 것은 문제라는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이 같은 방식은 고가의 실험실과 장비를 갖춰야 하는 젊은 물리학자에게는 치명적이며 기초과학의 성장을 가로막는 잘못된 관행”이라고 꼬집었다.

 노 교수 역시 “최대 10년간 총 150억원을 지원하는 국가과학자 제도가 없다면 신재생에너지처럼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소요되는 분야는 엄두도 못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10년의 다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모험 연구로 동료 물리학자에게 자극을 주고 이 분야에서 외국을 다시 추격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노태원 교수의 연구성과는>

 노태원 교수는 현재 메모리의 한계를 극복한 차세대 메모리를 찾기 위한 과학적 메커니즘 연구에 매진했다. 교수 재직 중 안식년 1년 동안 해외대신 LG종합연구소 방문교수직을 택했다. 당시 기업이 근본 메커니즘 규명에 목말라 하는 것을 보고 고집적 산화물 연구에 집중했다.

 강유전체 분야에서 연구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1999년 네이처 논문(강유전체 산화물 박막의 피로현상의 메커니즘 규명 및 차세대 메모리인 F램용 신물질 개발)은 지금까지 1100번 이상 인용됐다. 우리나라 과학자 중 논문 주저자로 논문이 1000번 이상 인용된 사례는 딱 2건에 불과하다.

 박성현 국가과학자 종합심의위원회 위원장은 “국내의 열악한 연구 환경에도 불구하고 21세기 신성장동력인 고집적 산화물 메모리의 원천기술을 확보해 우리나라 응집 물리학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공이 크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주요 이력>

-1982년 서울대 물리학과(학사)

-1984∼1986년 미 오하이오 주립대학(물리학 석·박사)

-1989년∼현재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2000∼2010년 서울대 산화물전자공학연구단장

-2009년∼현재 미국물리학회 펠로(Fellow)

-2009년∼현재 한국물리학회 부회장,

<주요 연구실적>

-SCI 논문발표실적:총 인용횟수 6000회 이상, 총편수 300여편

-강유전체 산화물 박막의 피로현상의 메커니즘 규명 및 차세대 메모리인 F램용 신물질 개발(1999년 네이처 게재)

-전기저항 스위칭 현상이 차세대 메모리인 R램의 기본현상임을 규명(2008년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즈 게재)

-상훈 :이달의 과학기술자상(2000)·한국과학재단 우수연구성과 30선(2001)·한국과학상(2004)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