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대 들어 삼성, LG가 세계 시장에서 강자로 올라섰다. 그러나 머지 않아 이들에 필적할 만한 중국 브랜드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중국의 국영통신장비·기기업체인 ZTE의 간 시양 부사장은 시종일관 특유의 담담한 어투로 말을 이어갔다.
ZTE는 이동통신 설비 세계 1위, 세계 5위 휴대폰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이다. ZTE는 다른 중국 업체들과 달리 내수가 아닌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600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했으며, 유럽시장에서 무시 못할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국영기업인 ZTE는 사장이 공무원 신분으로 성장과 같은 직급이다. 중국 매체와의 접촉도 극도로 꺼리는 이 회사 고위임원이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전자신문이 처음이다.
그는 먼저 한국 IT기업들에 대한 인상부터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솔직히 중국기업과 한국 기업의 협력 수준은 별로 높지 않다. 예전에는 중국 회사들이 한국 기업에 관심이 많았고, 발전 모델을 배우고 싶어했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대만 기업들은 중국 기업과의 협력에 굉장히 적극적이었다. 지금은 대만 기업이 없는 중국 IT산업은 생각할 수도 없다.”
ZTE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양의 부품을 한국에서 구입했다. 그러나 지금은 낸드 플래시 메모리, 카메라모듈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품을 중국, 대만산으로 대체했다. 간 부사장은 장기적으로 휴대폰 부품의 90% 이상을 중국산으로 대체할 계획이며, 한국산 부품 사용 확대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또 현재 개발 중인 안드로이드폰에 채택되는 터치스크린 등 핵심 부품도 중국산을 채택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ZTE는 중·고가 휴대폰 시장을 공략해 올해 8000만대의 판매량을 올리고, 장기적으로 세계 3위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세계 휴대폰 시장은 매년 10% 정도 성장한다고 보고 있다. 공개적으로 말하기는 처음인데, 우리 회사는 지난해 4분기에 세계 6위 휴대폰 기업에서 5위로 올라섰다. 올해 들어 고급 휴대폰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터치와 쿼티 자판 채택률을 높이고 있다. 유럽·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유통망과 영업망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간 부사장은 한국산 부품의 경쟁력 수준은 어떠한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조심스레 장·단점을 설명했다.
“한·중·일 부품 산업의 수준을 보면, 기술면에서는 일본 기업이 압도적이다. 가격과 납품 속도 면에서는 중국 기업이 강점을 보인다. 한국 부품산업은 품질에서 일본을 따라가지 못하고, 가격에서는 중국에 밀리는 ‘샌드위치 상황’인 것 같다. 샌드위치 상황은 분명히 위기지만, 기회도 충분하다. 한국 기업은 굉장히 대담하고 빠르게 변한다. 시장 타깃을 명확히하고, 세계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면 무섭게 성장할 것이다.”
선전(중국)=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