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W, ‘꿈의 기술’ 트리플 모드 공진기 상용화

국내 중소기업이 무선주파수(RF) 필터 업계에서 ‘꿈의 기술’로 불리는 ‘트리플 모드 공진기’를 개발, 상용화에 성공했다.

트리플 모드 공진기는 학계에서조차 실현 불가능하다고 여겨 기초 연구만 제한적으로 진행돼 왔다. 트리플 모드는 한 개의 공진기에서 3개의 직교 주파수를 뽑아내 4개의 싱글 모드와 같은 성능을 낼 수 있다. 주파수 손실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트리플 모드 공진기가 장착된 RF 필터는 기존 제품 대비 무게·크기·성능면에서 월등히 뛰어나 향후 4세대 이동통신 장비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KMW(대표 김덕용·김영준)는 기존 제품 대비 크기와 무게는 60% 이상 줄이면서도, 성능은 최상급 제품 수준인 트리플 모드 공진기가 장착된 RF 필터인 ‘블랙홀’을 출시했다고 2일 밝혔다.

공진기는 RF 필터의 핵심 부품으로 실질적으로 주파수를 거르는 기능을 한다. 필터가 많이 장착된 정수기가 깨끗한 물을 만들 듯이 공진기가 많이 장착될수록 RF 필터는 깨끗한 주파수를 구현한다. 다만 공진기를 많이 쓰면 제품이 비대해지고, 주파수 손실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 통신사들은 매년 1㎒당 16억5000만달러(약 1조8000억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주파수 손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블랙홀 필터는 공 모양의 공진기를 장착해 공진기 한 개당 3개의 주파수를 뽑아낸다. 공진기 내에는 주파수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노치가 장착돼 주파수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통신사들은 3G, 4G 서비스를 동시에 하기 위해 한 개의 기지국에 필터 컴바이너를 사용해 CDMA·GSM과 LTE를 나눠 쓰고 있다. 그런데 싱글 모드 공진기를 장착한 필터는 3G와 4G의 비중이 달라지면 필터 컴바이너를 새로 달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블랙홀은 중앙 통제소에서 원격으로 주파수 재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같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기존 최상위 필터 제품과 비슷한 성능을 내면서도 가격은 10∼20% 수준에 불과하다. 슈퍼 컨덕터는 기존 제품 중 성능면에서 가장 우수한 RF 필터지만, 크고 무거울 뿐만 아니라 기기 내 온도를 영하 200도로 유지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블랙홀 필터는 훨씬 작고 가벼우면서도 유지보수 비용도 들지 않아 슈퍼 컨덕터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RF 필터 시장의 99%는 싱글 모드 공진기가 점유하고 있다.

KMW는 블랙홀 기술에 대한 여러 건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추가 특허 출원도 준비 중이다. 현재 트리플 모드 공진기에 대한 특허는 미국, 일본을 합해도 10여건에 불과하다. 그것도 상용화 기술이 아닌 기초 이론 단계에 불과하다. 또 하나의 핵심 기술은 세라믹을 공 모양으로 만들기 위한 공정이다. KMW가 자체 개발한 세라믹 제조 공정은 굉장히 복잡하고 까다로워 당분간 경쟁사들이 모방하기 힘들다.

김덕용 사장은 “세라믹 생산 설비 규모가 부족해 향후 5∼10배 수준으로 공정 라인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미국·일본·유럽 통신사업자들과 구체적인 계약이 진행되고 있어 올해 4분기에는 양산 체제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