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부활해도 ICT 컨트롤 어렵다"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이 ‘정보통신부 부활론’에 대해서 선을 그었다. 규제가 각각의 부처로 나눠져 있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 ‘(가칭) 미래부’에 대해서는 여운을 남겼다.

 곽 위원장은 30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열린 KISDI 25주년 기념 세미나 기조발제를 통해 “IT컨트롤 타워 논란에 미래기획위원회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과거 정보통신부와 같은 부처가 다시 생긴다고 해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 지금은 소비자들이나 기업인들이 덜 불편하게 해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국내 IT산업은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및 전자정부 구축 등 다분히 정부 주도로 발달해 왔다”며 “이 같은 정부의 보호 아래 통신사들은 독과점적인 시장 구조를 형성하면서 수직 계열화 됐고 경쟁력을 잃어갔으며 결과적으로 무선인터넷 시대에 뒤처지는 상황이 됐다”며 정통부 부활, 정통부 회귀론에 대해 못을 박았다.

 그는 또 “전통산업과 ICT간의 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부처가 ICT와 관련된 산업을 컨트롤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다만 기업이 여러 부처의 규제를 받고 있는 현실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올해 많은 규제를 풀 것”이라고 밝혔다.

 곽 위원장은 “요즘 민간기업들이 방통위·지경부·문화부 등을 찾아다닌다고 하는데 이는 관련된 규제가 각각 부처에 나눠져 있기 때문”이라며 “좀더 규제를 풀고 기업들도 5000만이 아닌 50억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과거처럼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할 수 있겠느냐”며 “지금은 민간이 잘 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정부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곽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과거 정통부로의 회귀’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반면, 규제를 개선하고 민간이 잘 뛸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개선’하는 정부 역할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IT를 둘러싼 환경 변화에 대한 견해도 피력했다. 곽 위원장은 “올해 우리 IT 환경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IT의 변화로 인해 국민의 삶이 바뀌고 기업 환경도 바뀌고 있다”며 “이 변화를 가장 빨리 따라갈 수 있는 것은 경쟁 주체인 민간기업이고, 변화에 가장 약하고 느린 주체는 바로 정부”라고 지적했다. 또 “일률적으로 검은색 양복을 입고다니는 공무원이 주도해 변화를 이끄는 것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곽 위원장은 “오해가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IT 분야에 막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결국 정부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민간시장이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정부가 가장 중점을 기울여 규제했던 것은 이동통신사들의 독점적 플랫폼 개방과 요금인하였는데, 이 두 가지 모두 아이폰 하나를 들여옴으로써 모두 무너졌다”며 “결국 시장이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