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개막한 상하이엑스포는 마치 우리나라가 와이브로 서비스와 이동 멀티미디어방송(DMB) 서비스로 세계 각국 정상들의 눈을 사로 잡았던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를 연상시킨다. 한국이 IT·통신 강국의 위상을 세계에 널리 알린 게 불과 5년 전인데, 그동안 소리없이 성장해 온 이동통신 차이나의 면모는 무서울 정도다. 이번 엑스포는 IT 선진국을 따라잡는 수준이 아닌, 중국 이동통신 산업이 세계 무대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차이나모바일은 독자 개발한 4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를 비롯해 다채로운 첨단 신기술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였다. 이번 엑스포의 주요 파트너사인 차이나모바일은 민간 기업이 세운 전시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정보통신관’을 만들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중국 독자적인 4G 이동통신 기술인 ‘시분할 롱텀에볼루션(TD-LTE)’ 서비스다. TD-LTE는 현존하는 3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들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40배 이상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나모바일은 광대한 엑스포 전시장 인근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TD-LTE 망을 구축했다. 17개 옥외 기지국을 비롯해 9개 전시장과 푸둥·푸시 지역의 7곳에 옥내 기지국을 설치했다. 왕 지안후 차이나모바일 대표는 지난달 15일 성공적인 시연을 끝낸 뒤 “시험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완료함으로써 이제 TD-LTE는 새로운 (이동통신) 시대에 진입했다”고 자평했다. 이론적으로 TD-LTE는 데이터를 내려받는 최고 속도가 100Mbps, 업로드 속도는 50Mbps에 달한다. 광대역 이동통신 서비스를 보여주기 위해 고화질(HD)급 비디오 관제·VoD·내비게이션 서비스도 연내 선보인다. 특히 중국 정부는 TD-LTE가 자체 3G 표준인 TD-SCDMA가 진일보한 성과물이며,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관련 특허권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할 계획이다.
TD-LTE 시범 서비스를 통해 ‘와이어리스 시티’의 면모를 갖춘 상하이를 알리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텔레콤은 ‘도시의 꿈을 넓히는 정보통신’이라는 주제로 정보통신관 관람객들에게 이색적인 체험을 제공한다. 관람객들은 정보통신관에 들어서면 ‘정보통신 단말기’들을 통해 다차원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다. 정보통신관의 마스코트인 ‘구두’와 ‘질링’은 꿈과 미래적 상상의 얘기들을 단말기 상에서 현실로 구현해준다. 이를테면 펭귄과 대화한다든지, 반 고흐와 함께 그림을 그려보는 식이다. 정보통신관은 총 면적 6196㎡ 규모로, 지금까지 민간 기업이 만든 엑스포관 가운데 최대다. 이색 체험 이벤트외에도 뉴스·네비게이션·주식거래·원격관제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보다 진일보한 이동통신 도시의 이미지를 소개한다.
이와 함께 편리성은 이번 모바일 엑스포의 가장 큰 지향점 가운데 하나다. 차이나모바일은 엑스포 기간 중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업용 모바일 관련 서비스 무료 체험 기간을 제공키로 했다. 또한 방문객들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지원하기 위해 광둥어를 비롯해 영어·일본어·독일어·스페인어·아랍어·프랑스어·한국어 등 외국어가 가능한 핫라인을 운영한다. 해외 통신사업자들과 연계, 백업용 카드와 엑스포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SIM(가입자인증모듈)카드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 엑스포는 중국이 이제 양적·질적 수준에서 이동통신 시장의 중심지로 떠올랐음을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