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함께 `G2` 도약 자신감 물씬

 지난 30일 오전 대통령 전용기(공군 1호기)가 상하이 푸둥 공항에 내려선 순간, 직감했다. 과거의 상하이가 아님을. 2000년대 전후로 상하이에 외국 자본이 물밀듯 밀려들고 첨단 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수차례 현지 취재를 갔지만, 6년여 만에 다시 찾은 상하이는 확 달라져 있었다. 새 단장을 한 푸둥 공항은 세계 각 국 각료들과 다국적 기업 총수 등 VVIP급들의 전용기를 맞느라 숨돌림 틈도 없이 분주했다. 푸둥공항에서 황푸강을 건너 시내 중심가를 관통, 한국 기자단의 프레스센터가 있는 푸시지역까지 달리는 한 시간 내내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빼곡히 들어찬 빌딩과 아파트들, 깨끗이 정돈된 거리와 녹지 공원, 11개 노선까지 확충된 지하철, 황푸강변의 노후 주택과 공장 단지를 외곽으로 이전한 뒤 만든 역대 최대 규모의 엑스포 전시관 등. 중국이 이번 엑스포를 위해 수십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음이 한눈에 드러났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현지에서 만난 중국인들의 표정에는 엑스포를 통해 미국과 함께 G2(주요 2개국)로서 당당히 어깨를 겨누겠다는 자신감과 각오가 흠뻑 배어나고 있었다.

 ◇중국, 힘을 과시하다=30일 밤 엑스포 문화센터와 황푸강변에서 열린 개막식과 축하 공연은 2시간 여에 걸쳐 진행됐으나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그 규모나 내용 면에서 충분했다.

 개막식에는 후진타오 주석은 이례적으로 영부인을 대동하고 나왔고 중국 국회의장과 부통령, 부총리급 등 각료들이 총출동해 국가를 합창하면서 184일의 대장정을 전세계에 알렸다. 우리나라 이명박 대통령 내외는 물론,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 내외 등 초청을 받은 20여 개 국 정상들도 함께했으며, 여수엑스포조직위원장을 맡은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등 우리나라 기업 대표들도 일부 참석했다.

 개막공연은 중국 내 56개 민족의 화합을 다짐하고, 세계 속의 중국임을 강조하기 위해 해외 연예인들의 공연 순서와 황인·백인·흑인 어린이들이 나와 인종 화합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붉은 색, 군대의 이미지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이어 황푸강변 3.28㎞ 구간에 마련된 발광다이오드(LED) 장벽 위로는 최첨단의 디지털 영상쇼가 한 시간여 동안 펼쳐졌으며, 황푸강과 동방밍주 위로는 300여 종, 10만여 발의 폭죽이 터지면서 장관을 연출했다. CCTV·신화통신 등 현지 언론들은 생방송으로 개막식을 시시각각 전국에 타전했고, 이날 황푸강변에는 수 만여 명이 관람객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치민강 상하이엑스포조직위원회 홍보담당관은 “이번 개막공연은 중국의 정치·역사·문화를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세계의 중심에 서서 화합과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국가임을 강조하는데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개막식을 지켜본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면서 “어떻게 중국과 함께 갈 것인지를 다시금 생각게 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세계의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상하이엑스포를 참관한 우리 기업인들은 만감이 교차했다. 중국의 위상 변화가 피부에 와닿기 때문이다. 값싼 노동력과 원가를 바탕으로 대미 수출을 위한 생산기지로 삼는다는 것은 이미 옛말이다. 중국 내수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이제는 현지에서의 한국 국가 인지도는 물론, 기업 브랜드 관리와 이미지 제고가 필수적이다.

 한국기업연합관을 만든 12개 기업 총수들은 한결같이 “이번 기회에 한국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중국에 제대로 안착시켜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양국 간 교육 규모가 연간 2000억달러(약 221조원)로 예상되고, 중국 내 소비재 시장 규모도 13조위안(약 2100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지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가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이번 엑스포에 공을 들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통령을 수행해 현지 행사에 참석한 사공일 무역협회장은 “이번 엑스포에서의 브랜드 인지도 제고가 나아가 G20정상회의와 여수엑스포의 성공적 개최로 이어질 것이라 보고 기업들과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앞으로 주력할 부문의 선정. 이미 중국은 가전·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 부문에서 기술력을 확보하게 우리나라를 빠르게 뒤쫓아오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화웨이나 BYD·선테크파워. 특화된 전략과 관계 설정 없이는 멀리 내다보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정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과는 차별적인 기술 우위와 호의적인 관계 유지가 시급하다”면서 “그동안 우리가 글로벌 시장 진출과정에서 겪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담을 중국에 제공하고, 농업·항공·우주 등은 중국의 기술과 시장을 활용해 우리 산업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하이(중국)=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