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주사위가 던져진 현 시점에서 국내 기업들의 스마트폰 대응이 늦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조금은 이르지 않나 생각합니다. 시장 선점도 중요하지만 실제 시장 점유율 증가는 글로벌 마케팅 전략과 비즈니스 인프라 구축 여부 등에 크게 영향받기 때문입니다.”
퀄컴의 통신칩 개발 및 판매 사업부문인 퀄컴씨디엠에이테크날러지(이하 QCT) 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는 도진명 사장은 의외로 ‘아이폰’으로 대변되는 스마트폰 광풍에 침착했다. 국내 미디어들이 하루가 멀다않고 ‘국내 기업이 스마트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시장경쟁력을 잃었다’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그의 이러한 침착함은 지난 14년간 국내 휴대폰 기업들의 저력을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도 사장은 “자신이 퀄컴에 합류한 1997년만 해도 한국 기업들은 휴대폰 분야에 전혀 주목받지 못한 기업들이었다”며 “국내 기업들은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제 세계 2, 3위의 기업으로 성장, 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은 저가 제품부터 고가 제품에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전 세계에 출시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며 “최근 국내 기업들이 스마트폰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제품 개발력, 마케팅력, 비즈니스 인프라 등을 감안하면 이 위기 역시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애플과 경쟁관계인 국내 휴대폰 기업과 마찬가지로 퀄컴 역시 애플과는 소원하다. 아이폰은 퀄컴칩을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지난 분기 실적 발표에서 실적 및 향후 전망이 기대치에 못 미치면서 발표 당일 8% 가까이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심정적으로는 국내 휴대폰 기업과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한국은 퀄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요 국가로 국내 휴대폰 기업의 성과가 퀄컴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도 사장은 “SKT가 오는 상반기에 발표할 스마트폰 10개 기종 가운데 5개가 스냅 드래곤이 탑재되고 3개 모델도 QCT의 모뎀칩이 들어간다”며 “QCT는 스마트폰용 프로세서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QCT가 스마트폰용 통신칩으로 내놓은 스냅드래곤은 1㎓ CPU와 HD까지 처리하는 DSP, 그리고 모뎀 기능을 모두 지원하는 통합칩이다. 스냅드래곤이 애플에 외면받는 반면 안드로이드(구글), WP7(마이크로소프트)에는 모두 메인 칩세트로 사용된다. QCT는 올해 연말에는 2개의 CPU코어에 속도를 1.5㎓ 스냅드래곤까지 출시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 기업은 스냅드래곤 개발 초기부터 로드맵을 공유하는 등 QCT의 최우선 고객”이라며 “퀄컴이 국내 기업과 CDMA 시장을 개척했듯이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이어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진명 사장은 QCT코리아뿐 아니라 QCT일본·대만까지 대표를 맡는 본사 수석 부사장으로 지난 2001년부터 10년째 국내 법인을 이끌어 오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