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태블릿PC 카드 왜 꺼내 들었나

국내 반입 전 기선제압…글로벌 공략 나서

 삼성전자의 태블릿PC 시장 진출은 국내에 들어오기 전에 아이패드 열풍을 잠재우고, 글로벌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측 대항마로 서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애플과 경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제품만 봐도 방향은 아이패드를 향했다. 한동안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가 아이패드 출시 이후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는 태블릿PC 시장에 삼성전자가 본격 가세하면서 새로운 경쟁구도를 만들 것으로 예상됐다. 애플과의 관계가 최근 어긋난 구글의 OS를 탑재함으로써 애플 대 삼성·구글 대결 구도가 예상됐다. 애플이 독무대를 꾸미자 사업 일시 중단으로 위축된 MS와 HP의 전략에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 왜 진출하나=삼성전자는 지난 2월 초까지만 해도 태블릿PC 진출계획에 대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 1분기 실적과 관련한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태블릿PC를 현재 개발 중”으로 입장을 바꿨다. 내부적으로 이보다 훨씬 이전부터 태블릿 PC 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에 착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태블릿PC 시장에 적극 진출하게 된 이유는 ‘애플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적극 반영됐다. 아이폰과 같이 하나의 제품이 나와 표준을 주도하면, 후속 제품 및 서비스 표준마저 주도하게 돼 후발업체로선 시장 진입이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학습효과가 작용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긴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삼성은 태블릿PC가 다양한 디지털 휴대기기와 융합하면서 PMP 시장을 비롯한 내비게이션, MID 등 시장을 대체하는 ‘종합미디어’로 발돋움할 것으로 본다. S프로젝트는 S-패드뿐만 아니라 삼성의 기기 및 서비스 컨버전스를 총칭하는 전략으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외 e북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나 내년부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통신과 PC를 결합한 디지털기기는 앞으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성공 열쇠는 ‘콘텐츠’=전문가들은 삼성전자 태블릿PC가 시장 진입에 성공하려면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결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애플 아이패드는 출시 한 달여 만에 4000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됐으며 비공식적으로 100만여대 가량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리케이션 등 사용 가치가 구매요건의 중요한 판단요소로 자리 잡은 셈이다.

 김진영 로아그룹 대표는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은 가정 내 교육용 도구로 인기를 끌고 있는 등 e러닝 콘텐츠가 상당히 많이 올라와 있다”며 “삼성 태블릿PC가 성공하려면 삼성앱스를 통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전략적 포지셔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북 시장을 공략 대상으로 세운 애플은 현재 제작업체나 출판사 설득이 최대 과제로 남았다. 삼성은 국내 주요 서점을 비롯한 언론과 콘텐츠 제공 계약을 이미 맺은 상태다. 국내 시장만큼은 삼성의 입지가 공고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만, 해외 전자책 제작업체를 대상으로는 애플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막대한 e북 콘텐츠를 확보 중인 구글을 삼성전자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제품 가격도 중요하다. 출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 태블릿PC가 최고 성능으로 나온다 해도 아이패드의 499달러보다 비싸면 소비자는 외면할 것”이라며 “저렴한 가격대로 공급하고 단말이 시중에 많이 활용되면 이후에 삼성앱스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으로 수익을 보전하는 공격경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