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IT(정보기술) 편애’의 강도가 줄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하면서 그간 많이 사들였던 IT주에 대한 비중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했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지난달 19일부터 전기전자를 순매도하기 시작해 지난 3일까지 전체적으로 867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이는 외국인 매수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3월부터 지난달 16일까지의 상황과 사뭇 다르다. 외국인은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9조3천527억원을 순매수했으며, 이 중 2조9천556억원을 전기전자에 집중했다. 하지만 외국인은 지난달 19일부터는 전기전자에 매도 우위로 돌아선 대신 운수장비(4천607억원)와 금융업(3천187억원)을 주로 사들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IT 편애가 주춤해 진 것은 전반적인 외국인 매수세가 둔화되면서 그동안 대규모로 매수했던 IT를 팔거나 매수비중을 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매수는 지난달 19일 731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한 이래 일평균 순매수 규모가 902억원으로 이전인 2천751억원에 비해 매수 강도가 많이 약화됐다. 토러스투자증권 이경수 투자분석팀장은 “최근 들어 일평균 금액을 보면 외국인 매수 탄력이 둔화됐으며, IT의 비중을 그동안 많이 채운 만큼 추가 매수 의지가 약해졌기 때문”이라며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경기회복이 빠른 만큼 내수 경기에 민감한 금융업이 좋아질 것으로 보고 관련 주식을 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IT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 유입은 국내 증시 전반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의 재개 여부에 달렸다.
8주 연속 오른 미국 증시의 상승 피로감과 그리스 지원을 둘러싼 불확실성 및 국가부도 위기의 확산 우려, 미국의 골드만삭스 검찰수사 등의 악재가 해소되면서 국내 증시로 외국인 매수세의 유입이 얼마만큼 늘어나느냐에 따라 ’IT 편애’의 부활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
삼성증권 김성봉 투자정보팀장은 “외국인은 지난해 IT를 많이 샀음에도 올해도 또 사는 것은 국내 IT 분야의 실적이 좋기 때문”이라며 “미국 골드만삭스 쇼크가 진정되고 그리스 지원안에 대한 국가별 승인이 이뤄져 외국인 매수세가 확대되면 IT에 대한 매수세 유입도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5월 들어 외국인 매수 강도가 약해질 것으로 보며 IT주가 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이견도 있다. 외국인 매수세의 두 주축인 미국계 자금과 유럽계가 시기적으로나 상황적으로 국내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일 여건이 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토러스투자증권 이 팀장은 “과거 18년간 추이를 보면 미국계 자금은 1~4월 들어왔다가 5월부터 줄어드는데다 2분기부터 경기 모멘텀이 둔화될 것으로 보여 미국계 자금 유입이 완화될 것”이라며 “3월 유럽계 자금이 많이 들어온 것은 소버린 리스크(국가부도 우려) 해소 기대 때문이었던 만큼 최근 상황에서 유럽계 자금 유입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