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진의 무한혁신]<6>컨버전스2.0, 삶의 모든 영역이 융합이다

 나이키와 애플은 건강을 위해서 조깅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아이팟으로 음악을 듣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렇게 탄생한 제품이 바로 나이키 플러스다. 신발 속에 장착된 액셀러로미터와 아이팟을 무선으로 연결함으로써 사용자의 조깅거리, 소모한 칼로리, 운동시간 등을 자동으로 기록해준다. 뿐만 아니라 과거의 운동기록을 분석해 주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친구들과 운동한 기록을 나누고 서로 격려해 줌으로써 자칫하면 게을러지기 쉬운 운동에 재미를 더해줄 수 있다. 여기에 내가 조깅을 한 경로를 구글어스상에서 다시 재현할 수 있고, 나와 함께 데이터를 공유하는 친구들의 조깅 경로를 나의 경로와 함께 비교할 수도 있다.

 ‘나이키+아이팟’은 디지털 무한혁신의 핵심 단면을 보여준다. 그것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이제까지 쉽게 연결될 수 없었던 경험의 영역들을 창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와 같은 디지털 무한혁신의 바탕에는 우리의 일상 삶 속 깊이 파고들어온 각종 디지털 기술들이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들이 항상 가지고 다니는 모바일 폰을 이용하면 손쉽게 사용자들의 시간과 공간상의 움직임을 디지털 데이터 스트림으로 기록해낼 수 있다. 여기에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는 대인관계를 디지털 데이터 스트림으로 바꾸어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나노기술을 이용한 초소형 바이오 센서를 통해 환자의 맥박·혈압·혈중산소농도 등 각종 수치를 24시간 내내 측정하고, 그것을 디지털 데이터화할 수 있다.

 점차 국내에서도 활기를 띠고 있는 2D 바코드 혹은 RFID를 이용하면 온갖 사물들을 디지털 기술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각종 빌딩에 설치되어 있는 센서들은 빌딩과 도시공간의 디지털 데이터망을 이루어 가고 있다. 여기에 이미 디지털화 되어버린 사진·음악·텍스트 등의 각종 콘텐츠를 더하게 되면 각양의 디지털 데이터 결합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조의 기회는 무한하다. 이와 같이 디지털 무한혁신의 핵심은 과거에는 이질적이고 관련이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삶의 다른 영역들과 경험들을 디지털 기술이라고 하는 공동의 매개체를 통해 끊임없이 재결합함으로 새롭게 창조하는 과정을 말한다. 기존의 디지털 컨버전스는 정보통신과 미디어 매체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일어날 디지털 무한혁신상의 컨버전스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의 컨버전스다. 컨버전스 2.0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컨버전스 2.0은 디지털 세계, 물리적 경험의 세계, 그리고 가상세계의 구분을 뛰어넘는 또 다른 의미의 컨버전스를 추구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컨버전스 2.0으로 인해 기존 산업의 구분은 더욱 모호하게 될 것이며, 소비자와 생산자의 구분 또한 점점 무의미해지게 될 것이다. 운동화 제조업체와 컴퓨터 회사의 협력은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기존에 관계가 없었던 기업들이 협력할수록 이런 디지털 혁신의 파괴력은 더 크다. 미래 기업의 성패는 이와 같은 컨버전스 2.0의 기회를 어떻게 잘 포착해 현실화하는데 있다 할 것이다.

 유영진 템플대 경영대 교수 yxy23y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