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하나의 세계, 실감미디어] <2부-4> 발등의 불 ‘3D 원천 기술’

[또하나의 세계, 실감미디어] <2부-4> 발등의 불 ‘3D 원천 기술’

 영화관과 안방을 아우르는 실감미디어 시대가 본격 개화하면서 3DTV 시장 선점, 기술 표준화, 시청 부작용 등의 과제가 속속 부상하고 있다. 걸림돌 해결을 위해 산업계는 물론이고 정부와 학계도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원천 기술 확보의 중요성도 점점 커졌다. 이제 막 시작된 3D 방송 제작과 서비스 표준화을 앞두고 원천 기술을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따라 실감미디어 산업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 하지만 우리나라 실감미디어 기술 경쟁력은 3DTV 등 일부 하드웨어에만 편중돼 있다. 특히 3D 촬영시스템·방송 서비스·콘텐츠 제작 능력 면에서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뒤진다는 분석이다.

 ◇제작 기술= 실감미디어 원천 기술은 입체 카메라 기술, 비디오 부호화 기술, 방송 서비스 기술, 입체영상 파일 포맷 기술, 3D 디스플레이 기술 등을 모두 망라한다. 이는 또 크게 콘텐츠 제작·유통 단계를 기준으로 △제작 기술 △서비스 기술 △구현 기술로 분류할 수 있다.

 실감미디어 콘텐츠 제작 단계에서 핵심 기술은 3D 입체 카메라를 첫손가락으로 꼽는다. 최근 지식경제부 분석에 따르면 입체카메라 국산화율은 20% 수준으로 입체 안경, 콘텐츠 제작과 함께 원천 기술이 가장 취약한 분야로 나타났다. 3D 입체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두 대 카메라를 적절하게 설치해 양안시차를 구현하는 ‘리그(Rig)’ 시스템이 필요하다. 리그는 두 대 카메라를 이용해 입체 효과가 구현되도록 도와주는 기기로 수평식과 직교식으로 구분된다. 수평식 리그는 카메라 두 대를 수평으로 붙인 간단한 장치로 원거리 촬영에 적합하다. 이에 비해 직교식 리그는 카메라 두 대를 직각으로 배치하는 방식. 렌즈 간격을 충분히 좁힐 수 있어 근거리 피사체를 촬영할 경우에도 입체감이 우수한 것이 장점이다.

 3D 제작사는 독자 기술을 적용한 리그를 제작 중이며 대부분 소니·파나소닉 등이 제작한 일반 카메라를 탑재해 입체 효과를 구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속속 리그 시스템 국산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레드로버·스테레오픽처스를 지원해 직교식 리그와 연관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도 3D 영상 제작용 카메라 사업자로 리얼스코프를 선정했다. KBS도 방송기술연구소를 통해 지난 2004년 연구용 3D 카메라를 개발했다. 박창섭 KBS 방송기술연구소 연구원은 “3D 카메라는 입체 촬영을 위해 사용되는 두 대 카메라 특성이 달라 세트업이 힘들고 자연스러운 줌 기능 등을 구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장비가 소형화되고 자체적인 포맷 변환과 입체 영상 보정 기능을 내장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술 개선은 촬영에 사용되는 카메라 제작단계부터 적용돼야 한다는 점에서 국산화는 아직 힘들지만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은 연구개발할 가치가 있다는 분석이다.

 ◇서비스 기술=우리나라는 올해 10월 세계 최초로 3D 실험 방송을 실시할 예정이다. 디지털 방송에서 2D 콘텐츠와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스테레오 3D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제한된 대역폭을 갖는 지상파 방송에서는 코덱 기술 변경과 알고리듬 수정이 매우 중요한 기술로 부상했다. 지상파 방송은 19.39Mbps 제한된 대역폭에서 스테레오 3D 영상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2D 영상 코덱인 MPEG2 인코딩 성능을 개선하고, 3D 영상에 대해서는 최신 비디오 코덱보다 20∼30% 향상된 코딩 알고리듬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최병호 전자부품연구원 멀티미디어IP연구 센터장은 “원활한 3D 방송 서비스를 위해 기존 2D 영상은 인코딩 과정에서 15%의 성능 향상이 필요하고, 3D 영상은 고효율 압축기법을 통해 30% 정도 효율을 높여야 한다”며 “2D 영상은 12.5Mbps, 3D 영상은 4.5Mbps 수준 대역폭을 확보해야 HD 3D 방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디오 신호 처리 기술의 우리나라 자립도는 90% 수준으로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현 기술=실감미디어는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3D 디스플레이를 통해 구현된다. 이 부분은 우리 가전 업체가 꾸준한 연구개발에 통해 원천 기술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DTV는 전 세계적으로도 출시 시점이 빠른 것은 물론이고 기술적 진화 단계도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대기업과 모니터·PMP 전문 업체도 속속 3D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여기에 3D 영상 변환 칩, 블루레이 플레이어용 광픽업 모듈 등 3D 관련 부품 업체의 연구 개발도 활발해 산업 인프라가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 3D 부품·솔루션 업체들의 3D 제품과 매출 비중은 10% 미만으로 기반이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아직 본격적으로 개화하지 않은 시장 상황에 맞는 기업 평가와 기술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 지원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별취재팀>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문보경 기자, 황지혜 기자, 허정윤 기자, 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