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버버리, 던힐, 롤스 로이스의 공통점은?
고유하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이름만 들어도 사람들이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제품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제품들은 모두 영국에서 시작됐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영국은 디자인산업 강국이다. 제품과 CI, BI 처럼 기존에 디자인이 강조된 영역은 물론이고 공공분야,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농업에까지 디자인을 접목시키는 나라가 영국이다. 23만여명의 인구가 디자인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수의 디자인 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영국. 크리스찬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 비비안 웨스트우드, 얼마 전 자살한 알렉산더 맥킨까지 내로라하는 패션 디자이너를 낳은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영국의 디자인 산업은 강력한 정부의 지원과 교육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디자인협의회(Design Council)에서 디자인 정책 및 다양한 연구개발(R&D)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DTI(Design Policy Unit)는 다른 국가 및 정부기관과 연계한 디자인 산업 진흥 정책을 펼친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디자인비즈니스협회, 영국디자인이니시어티브 등의 기관이 외국 기업 유치, 교류 등의 활동을 한다.
교육 역시 잘 발달했다. 유럽에서 일하고 있는 디자이너 중 3분의 1은 영국에서 실무경험을 쌓을 정도며, 1996년부터는 11학년 과정에 디자인 관련 수업을 정규 교과로 편성했다.
그런데, 30여년 전인 1979년 5월 6일 취임한 영국의 첫 여성 수상이 없었다면 이같은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11년간 영국 수상을 맡은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가 그 주인공이다. 그녀가 말한“Design or resign(디자인하지 않으면 사임하라)”은 경제위기에 처한 영국 경제에 새로운 먹거리로 ‘디자인’을 제시한 데다, 국가가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에 화제가 됐다. 이는 ‘창조적 영국(Creative UK)’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토니 블레어 총리 시대까지 연결돼 다양한 지원책을 만들었다.
2000년 대 초반까지 불변의 최강자였을 것 같은 영국의 디자인 산업이 최근 위기다. 지난해 영국 디자인협의회가 발간한 보고서는 영국의 디자인 산업은 여전히 건재하지만 한국, 싱가포르 등 신흥 디자인 강국의 성장에 밀린다고 자평했다.
산업에서 디자인은 차별화를 위한 절대적이라고 결정적인 요소며, 기술과 결합한 디자인의 강세는 제조업·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앞세운 영국에는 위협적이다. 30여년 전 디자인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한 마가렛 대처 전 수상에게 오늘날 영국 디자인 산업의 위기를 돌파할 해법을 묻는다면 무슨 답을 내놓을까?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