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컴퓨팅 시대를 맞아 제3자의 정보기술(IT) 자원을 활용해 사업을 펼치는 ‘신(新) 봉이 김선달’ 비즈니스 모델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서비스 모델이 등장하면서 IT 자원 소유권자와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간 다툼은 물론이고 장애 발생 시 책임을 둘러싼 법적 공방도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틸론이 최근 클라우드 방식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서비스를 선보이자 해당 HTS의 소유권자인 삼성증권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표면화했다.
틸론은 지난 3일 가상화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가 HTS를 직접 설치하지 않고 PC나 스마트폰에서 클라우드 방식으로 HTS를 쓸 수 있는 무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본지 5월 3일자 5면 참조
사용자는 틸론의 서비스(www.elcloud.com)에서 HTS를 이용하지만 틸론은 HTS로 가는 ‘길’만 마련해줄 뿐이다. 틸론은 각 증권사와 협약 없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가 이용하는 HTS는 증권사의 것이지만, 정작 서비스는 제3자인 틸론이 제공하는 셈이다.
삼성증권은 이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HTS를 사전 협의 없이 임의로 서비스에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증권은 틸론에 자사 서비스 삭제를 요구한 상태다.
틸론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틸론 측은 “증권사가 고객 확대를 위해 자유로운 다운로드를 허용한 HTS를 증권사 고객이 자신의 계정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며 “틸론은 사용자가 HTS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서비스로 인한 충돌에 전문가도 난색을 표시했다. 정보통신 관련 변호사로 활동 중인 A씨는 “다양한 시각의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소견을 내놓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응도 제각각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비공식 견해임을 전제로 “우리 증권사의 HTS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클라우드 관련 법제도 연구를 강화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틸론 서비스만 해도 장애 발생 시 문제 소지가 있다. 틸론은 서비스 약관을 통해 △HTS서비스는 각 증권사에서 제공되며 △모바일서비스 특성상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고 △책임지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HTS로 가는 길은 제공하되 길을 가다가 발생하는 사고는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박춘식 서울여대 교수는 “새로운 서비스 출현으로 다양한 이슈가 발생할 것은 예견된 사안”이라며 “사용자보호와 서비스활성화 두 가지 축에 맞춰 법·제도를 정비하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