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로케트전기 김성찬 사장

광복 이듬해 문을 연 토종 건전지 제조업체 로케트전기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2차전지 시장에서 `제2의 비상`을 노리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에 2차전지 생산설비를 납품하는 로케트전기는 최근 미국 전지 제조업체와 대규모 생산설비 공급계약을 맺어 수출 활로를 뚫었다.

김성찬 로케트전기 사장은 "미국 2차전지 제조업체와 1200만달러 규모 저속 생산설비 공급계약을 마쳤다"며 "계약금 일부를 착수금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미국 업체가 중국 현지에 신설하는 생산라인에 로케트전기 설비가 깔리게 된다"며 "로케트전지가 공급하는 노트북용 2차전지는 휴렛패커드 등 글로벌 업체 제품에 탑재된다"고 말했다.

로케트전기와 자회사인 로케트ENT가 개발해 4년 전부터 팔고 있는 원통형 2차전지 생산설비는 최종 조립라인에서 80% 공정을 차지하는 핵심설비다. 이 설비는 일본 경쟁업체 설비가 분당 140개 생산이 가능한 데 비해 분당 200~300개 수준의 생산량을 자랑한다.

로케트전기는 일본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는 원통형 2차전지 철관(캔)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지금은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2차전지 제조업체들이 90% 넘게 수입해 쓰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국산화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전망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급을 시작했고 올해는 월 1000만개, 내년 말까지 월 3000만개 생산량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장기적으로 전기자동차형(EV형) 전지 생산설비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건전지 시장도 시나브로 커지고 있어 기존 시장점유율만 지켜낸다면 꾸준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P&G에 건전지 상표권을 팔아 넘긴 로케트전기는 현재 듀라셀, 로케트, 썬파워 건전지를 국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김 사장은 "세 상표 건전지를 모두 합쳐 국내 35% 정도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며 "일본과 유럽 시장을 적극 개척하면서 지난해 건전지 매출이 20% 늘어난 것이 순이익 흑자전환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매출액 558억원, 영업이익 17억원을 기록한 로케트전기는 올해 매출액 780억원, 영업이익 65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2011년에는 매출액 900억원, 영업이익 90억원으로 영업이익률 1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세기 넘는 전지 제조 업력을 가진 로케트전기는 종이처럼 얇고 잘 구부러지는 박막형 전지 개발로 세계 각국에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국내와 중국 일본에서 이미 특허 출원을 마쳤고, 미국서도 특허 결정이 마무리 단계다.

자회사 로케트ENT가 아직도 200억원 이상 누적손실이 쌓여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로케트ENT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당분간은 로케트전기의 지분법이익에 잡히지 않고 매출채권 회수 효과만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 전범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