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심리를 지배하는 6코드, 트레이츠
스코트 드 마치·제임스 해밀턴 지음. 서영준 옮김. 타임북스 펴냄.
한때 전 세계 인터넷 업계의 대표 주자였던 야후. 닷컴 버블 붕괴 후 뒤늦게 등장한 구글에 대표 주자의 자리를 빼앗기고, 거의 10년 가까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야후가 최근 심리학자를 비롯한 사회과학자들을 대거 영입해 눈길을 끌었다. 캐럴 바츠 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초 취임 직후 리서치 담당 ‘야후 랩스’의 부서장 프라바카르 라그하반과 면담을 가졌다. 바츠는 스태프 명단을 보고받은 뒤 갑자기 “심리학자들은 없느냐”고 물었다. 라그하반은 이 생경한 질문에 약간의 당혹감과 함께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지난 수년간 라그하반이 회사 측에 꾸준히 요구했던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별로 없다”는 대답으로 이날 면담은 끝났지만 이후 상황은 돌변했다.
야후는 인지심리학, 경제학, 문화인류학 등 사회과학 분야의 학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 출신의 심리학자인 댄 골드스타인과 미국 애리조나대 경제학 교수 출신인 데이비드 라일리 등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속속 합류했다. 지난 1년간 꾸준히 영입한 결과 현재 야후 랩스에서는 25명에 이르는 사회과학자들이 일하고 있다. ‘왜 어떤 온라인 광고는 클릭하는 반면에 다른 광고는 쳐다보지 않는가’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내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야후 랩스에서는 전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실험과 인터뷰, 참여관찰 조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심리학을 비롯한 사회과학적 방법론의 중요성에 대한 야후의 깨달음은 어쩌면 약간 때늦은 감이 있을 법도 하다.
얼리 어답터란 과연 어떤 인간 유형인지, 도박을 즐기는 사람들은 또 어떻게 찾아낼 수 있는지, 수많은 검색 서비스 가운데 왜 선호하는 사이트만 굳이 찾는지…. ‘비즈니스 심리를 지배하는 6코드, 트레이츠’는 지금까지 사람의 비즈니스 행위에 관한 분석 방법과는 전혀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미국 듀크대의 두 교수인 스코트 드 마치와 제임스 해밀턴은 독창적인 연구 방법으로 인간 의사결정 행위의 기저에 깔린 패턴을 분석했다. 그것이 바로 여섯 가지 코드인 ‘T(Time·시간), R(Risk·위험), A(Altruism·이타심), I(Information·정보), T(meToo·미투), S(Stickness·고집)’다. 이 여섯 가지 마음의 습관을 줄여서 트레이츠로 표현했다. 지금까지 주로 활용됐던 인구통계학적 방법론이나 마이크로 타기팅·휴리스틱스 등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 책을 읽다보면 삶에서 늘 맞닥뜨리게 되는 ‘선택’의 문제를 트레이츠를 통해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점이 흥미롭다. 과거 사람의 의사결정 심리 분석 방법이 주로 ‘무엇을’ 선택할지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트레이츠는 ‘어떻게’ 선택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선택 과정의 이면을 들여다봄으로써 복잡한 사람 심리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나와 가족, 고객과 유권자, 회사의 직원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의사결정 패턴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저자들은 미 스탠퍼드대 교수 출신들이 설립한 조사 업체 ‘날리지네트워크(www.knowledgenetworks.com)’에서 3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련의 조사 결과를 트레이츠로 검증해냈다. 또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수백만건에 이르는 구매 기록과 구글의 검색 기록도 자료로 활용했다. 저자들은 책에서 소개한 의사결정 분석 모델과 트레이츠를 결합하면 소비자, 경쟁자, 유권자의 선택까지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펼치자마자 발견하게 되는 생소한 대목 하나 더. 서문이나 목차에 앞서 맨 앞장에 나열된 여섯 가지 트레이츠 심리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사소한 파격이지만, 독자들에겐 다소 어려울 수도, 낯설 수도 있는 트레이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작은 배려가 아닐까 싶다. 1만38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