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든 긱스(Geeks)
앤디 허츠펠드 지음. 송우일 옮김. 인사이트 펴냄.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열었고 ‘아이패드’로 태블릿 PC 시장을 움직인 애플의 성공에는 ‘긱스(Geeks)’가 있었다. 긱스는 두꺼운 안경에 패션 센스는 형편없지만, 컴퓨터나 과학 등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에는 열정적으로 몰두하는 괴짜들을 칭하는 미국 속어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이 전형적인 ‘긱스’다.
이 책은 전 세계 IT 트렌드를 창조적으로 이끌고 있는 성공한 괴짜들 중에서도 애플을 만든 개발자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애플은 1976년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샌프란시스코의 한 창고에서 창업한 뒤 1984년 ‘맥’이라고도 불리는 개인용 컴퓨터 매킨토시를 내놓으면서 ‘애플=혁신’이라는 등식을 만들어냈다.
매킨토시의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만든 긱스였던 저자 앤디 허츠펠드는 이 책에서 30년 전 애플에서 하찮은 존재였던 맥 프로젝트가 현재의 애플을 있게 만든 중요한 기반이 될 때까지 창의적인 열정에 푹 빠진 컴퓨터 괴짜들의 모습을 다양한 일화를 통해 풀어놓는다.
특히, 직원 인터뷰, 제품 개발 등 매 순간이 괴짜였던 스티브 잡스의 모습은 현재의 애플이 존재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잡스는 20년 전에도 애플의 강점이 된 ‘디자인’에 대단히 집착했다. 심지어 반도체 칩과 선을 배치하는 PC 주기판 작업에서도 겉모양에 관심을 뒀다. 한 엔지니어가 “누가 PC 주기판에 신경을 쓰냐”고 하자 잡스가 “내가 본다니까! 주기판이 케이스 안에 있어도 최대한 아름다워야 해”라고 응수한 사례는 유명하다.
이와 함께 대학 학위도 없이 하급 기술자로 입사했지만 최고 수준의 컴퓨터 설계 실력과 유머 감각으로 맥 프로젝트의 전체적 틀을 만든 개발자 버렐 스미스, 자신이 좋아하는 사과 품종인 ‘매킨토시’를 프로젝트 이름으로 붙인 제프 라스킨 등 흥미진진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눈길을 끈다. 2만2000원.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