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포커스-뇌인지과학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던 연쇄살인범들은 ‘반사회적 인격장애’, 일명 ‘사이코패스’라는 공통적 결함을 지녔다. 그리고 이들 사이코패스는 타인이 공포를 느낄 때 이를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1위다. 자살의 원인 중 1위는 ‘우울증’이었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 직장인 중 95%가 스트레스로 인해 충분히 행복하지 못하다. 

 급속한 경제발전과 물질적 성장의 이면에서 지쳐버린 인간의 마음을 ‘뇌과학’이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지난 20∼30년간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뇌의약학’이나 ‘뇌공학’이었다.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거나(뇌의약학), 신경계 안의 뉴런과 시냅스 전체에 관한 자세한 뇌신경망지도(커넥텀)을 그려내는 것(뇌공학)이 가장 근본적이고 당면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감정·지능·기억 등 인간의 인지 기능을 규명하는 ‘뇌인지과학’의 영역이 열리기 시작했다.

 ◇뇌과학이 마음을 어루만진다=‘뇌인지과학’은 전 세계적으로 아직 미완의 개척지이지만 현대인의 정서 및 인지 장애가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핫 이슈’로 부상했다.

 전통적인 뇌공학이나 뇌의약학 연구 분야와 달리 이 분야는 뇌·마음·행동·기계를 효율적으로 연계한 다학제(공학·자연과학·인문사회학)간 융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뇌인지과학은 뇌영상·뇌파·음성 등을 이용해 마음의 상태를 인식하는 ‘마음을 읽어내는 기술’뿐 아니라 기쁨·우울 등 감성 구현 및 활용을 통해 뇌엔터테인먼트·컴퓨터 등을 개발하는 ‘느낌을 구현하는 기술’까지 연구한다.

 ◇사이코패스도 치료한다(?)=무엇보다 기대되는 대목은 “최근들어 늘어나는 ‘현대병’을 뇌인지과학이 예방 또는 치료할 수 있을까”다. 과학자들은 이에 대해 긍정적이다.

 현재 국내외에서 구상 중인 초기 단계의 연구만 보더라도 사회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이나 대인관계 기능 이상을 평가하는 가상현실 기술, 친사회적 행동증진 프로그램 등이 다수 포함됐다. 우울감 개선 및 자살 위험성 경고 관리 기술이나 스트레스 조절 시스템 개발 과제도 눈길을 끈다.

 최근 공포 공감능력에 관여하는 뇌회로 기작을 규명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희섭 박사는 “뇌인지과학에 대한 연구를 통해 사이코패스 치료의 실마리를 찾아낸 것”이라며 “향후 이러한 연구를 발전시켜 뇌 정신질환 치료법 개발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관련 연구 첫 착수=미국·EU 등 선진국들은 이미 3∼4년 전부터 뇌인지과학 연구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형 연구 과제를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학제간 융합보다는 개별 연구자가 연구를 진행했고 정부 차원의 이 분야 예산도 지난해의 경우 과제당 평균 5000만∼6000만원으로 미미했다.

 내년에는 ‘사회현안대응 다학제 융합연구개발’이라는 명칭 아래 뇌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이 결합된 정부 지원 과제에 첫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임요업 교육과학기술부 융합기술팀장은 “이같은 연구가 뇌인지과학을 기반으로 정상적 사회활동이 어려운 개인들의 인지장애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치유의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