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콘텐츠와 부품업체들이 힘을 합쳐 한국판 ‘아이패드’를 만든다. 콘텐츠 제작과 단말기 제조를 아우르는 혁신적인 전자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시도다.
한국전자출판협회는 전자책 콘텐츠 제작업체와 PMP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전자책 콘텐츠 제조와 유통, 단말기까지 아우르는 ‘오픈 디바이스 포럼(가칭)’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포럼은 애플의 아이패드와 같은 범용 단말기를 만들어 이르면 하반기 초에 출시할 예정이다. 포럼 준비 모임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아이패드 출시로 전자책 시장이 급격히 변화할 것”이라며 “아이패드에 대응하고 전자책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문제 의식에 동의한 콘텐츠 제작과 유통, 단말기 제조 등 관련 업계 종사자가 모여 포럼을 결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포럼에는 PC 기반 전자책 콘텐츠를 만들어온 제작사와 PMP 등 휴대형 기기에 탑재하는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대진반도체, 전자출판협회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이달 중순 포럼 출범 이후 관련 업체 참여도 유도하기로 했다. 대기업에도 문호를 연다. LG디스플레이와 팬택 등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측은 최다 150여개에 달하는 업체의 참여를 예상했다.
포럼은 어떤 전자책 콘텐츠도 이용할 범용 단말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에 맞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제조업체라면 누구나 단말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 대신 참여업체 간 쿼터를 설정해 최소 이익을 보장함으로써 무리한 경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포럼은 아울러 각종 멀티미디어 기능도 지원해 PMP와 전자책 단말기 이상의 효용성을 줘야 한다는 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포럼은 특히 기존 전자책 콘텐츠의 대부분이 플래시 기반인 점을 고려해 이를 무리 없이 구동하도록 할 방침이다. 플래시 기반의 콘텐츠는 현 아이패드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전자책 업체들은 많은 비용을 들여 콘텐츠를 변환해야 할 상황이 되자 아예 단말기를 만들기로 한 셈이다. PMP 제조업체 등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도 새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놓였다.
장기영 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은 “지난 10년간 전자책 사업에 많은 기대를 해왔지만 정작 시장은 걸음마 단계”라면서 “그동안 만든 질 높은 콘텐츠를 사장시키지 않고 국내 시장이 외국 제품으로 잠식되지 않기 위해 포럼은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중요한 건 단말기 규격이 아니라 단말기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생태계”라며 “포럼은 콘텐츠 제작부터 유통·단말기 제조까지 아우르며 애플에 대응한 혁신적인 생태계를 창조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