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삼차원 입체) TV가 LCD에 밀려 몰락의 길을 걷던 PDP를 부활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화면이 크고 응답속도(화면구현ㆍ표시 속도)가 빠를수록 3D TV로 좋은데 이런 측면에서 PDP가 LCD보다 유리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동안 PDP TV 신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지 않던 전자업체들이 3D형으로 관련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PDP패널 수요도 크게 늘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3D TV용으로 PDP가 효과적인 점에 주목하고 기존에 주력하던 3D LCD TV 외에 신제품 3D PDP TV를 출시했거나 시판할 예정이다.
PDP는 LCD와 함께 평판 TV 분야에서 양대 축으로 불린다. 2000년대 초ㆍ중반까지만 해도 PDP와 LCD는 각축을 벌였다. LCD TV은 밝은 화질과 낮은 전력소비량으로 관심을 끌었고 PDP TV는 자연에 가장 가깝게 색을 표현해내는 것과 저렴한 가격 등으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LCD업체들이 투자를 거듭하면서 LCD TV 값이 내려가 PDP TV 가격 이점이 작아졌고 상대적으로 LCD 장점이 부각됐다. 이에 따라 2006년부터 PDP는 LCD에 밀려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고 많은 전자업체들이 LCD TV에 주력하게 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3D TV가 PDP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3D TV가 디스플레이 업계에 화두로 등장하자 PDP 장점이 부각되고 있는 것. 우선 3D TV는 화면이 클수록 몰입도가 크고 입체감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데 화면을 대형화할 때 LCD보다 PDP가 저렴하다. 예를 들어 3D 기능이 없는 LG전자 TV를 기준으로 할 때 LCD 47인치가 300만원 전후인데 가격이 비슷한 PDP TV는 60인치다. 3D 기능을 넣더라도 PDP가 LCD보다 더 큰 화면을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응답속도도 PDP 장점이다. 3D TV는 왼쪽 눈용 화면과 오른쪽 눈용 화면을 분리해서 보여준다. 이에 따라 LCD TV에서는 240㎐(초당 화면을 240장 구현하는 응답속도)나 480㎐ 등 고급 제품에서만 3D TV 기능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다. 이에 비해 PDP TV는 현재 초당 600장을 보여주는 600㎐ 제품이 주로 출시되고 있다. 응답속도가 빠를수록 화면 간 간섭현상(크로스토크)이 줄어들어 3D 입체감을 더욱 살릴 수 있다. PDP 시야각이 좋은 것도 입체감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3D용으로 PDP 장점이 부각되면서 관련 신제품이 잇따라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D PDP TV 50ㆍ63인치를 내놨다. 이 회사는 3D LED TV는 47ㆍ55인치를 출시했는데 PDP 쪽 화면이 더 큰 데도 가격은 LED 쪽이 더 비싸다.
LG전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전자쇼(CES 2010)에서 60인치 3D PDP TV를 선보인 데 이어 오는 7월께 50ㆍ60인치를 국내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3D시대에서는 여러 가지 장점으로 3D PDP TV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PDP TV 세계 1위인 일본 파나소닉은 지난 3월 말 미국시장에 3D PDP TV를 출시했다. 파나소닉은 특히 그동안 TV시장에서 한국 업체에 밀렸던 설움을 3D PDP TV로 날리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PDP가 부활의 날갯짓을 하면서 관련 패널 판매도 늘고 있다. PDP 패널을 주로 만드는 삼성SDI는 1분기 PDP 판매량이 140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50만대 늘었다. 관련 매출액도 27% 늘어난 5170억원을 기록해 역대 1분기 가운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최근 기술 개선으로 PDP 인기가 살아나고 있다"며 "2분기 들어 3D PDP TV용 모듈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여기에 적극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2008년 1440만대 수준이던 PDP TV는 지난해 1420만대로 줄었으나 올해는 151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 개선에 따라 PDP TV에 LCD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TV도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에 출시한 하이브리드 PDP TV는 PDP TV 장점인 자연스러운 화질은 유지하면서 LCD TV 장점인 선명한 화질과 저소비전력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매일경제 김규식 기자/이승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