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 대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지원 결정에도 불구하고 유럽발 금융 위기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그리스를 넘어 이제는 스페인 등 `PIIGS 국가(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연쇄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 또 영국의 재정적자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6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의 보도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영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12%대로 27개 EU 가입 국가 중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긴급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그리스와 구제금융설이 나돌고 있는 스페인에 못지않게 영국의 재정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의 지난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11.5%로 그리스나 스페인 아일랜드에 이어 EU 가입 국가 중 네 번째로 높았다. 하지만 이 가운데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그리스가 강력한 긴축을 통해 적자를 10% 아래로 떨어뜨리기로 한 것과 달리 영국은 이렇다할 감축안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프랑스경제정세관측소(OFCE)의 장 폴 피토우시 소장은 "재정위기의 전이는 진행되고 있고 이미 나타났다"면서 "재정위기가 스페인과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고 영국으로 전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근본적인 문제는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의 경제 펀더멘털이 그리스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라면서 "스페인은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의 부채 역시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이 전염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럽발 재정 위기감이 한층 거세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각국 금융시장이 크게 휘청거렸다.
6일 코스피는 어린이날 휴장일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에 발생한 악재를 한꺼번에 반영하며 1.98%(34.04포인트) 빠진 1684.71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3월 24일(1681.0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7438억원으로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 직전인 2008년 6월 12일(9731억원) 이후 가장 컸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그리스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 엔화 약세가 겹치며 수출주와 금융주 위주로 3% 넘게 폭락했으며 중국 상하이와 홍콩(항셍),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1~2%씩 떨어졌다.
유로화 가치가 급락해 지난달 30일 달러화 기준으로 유로화당 1.33달러였지만 4일에는 1.31달러, 5일에는 1.29달러까지 떨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값은 전날보다 25.8원 떨어진 1141.3원으로 폭락(환율 상승)했다. 이날 원화값 하락폭은 작년 7월 13일(32.3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매일경제 이상훈/한예경/이소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