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나래를 활짝 펼 채비다. 쉽지 않았던 미국발 글로벌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이제는 도약할 때’라며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계 경기지표는 오래간만에 ‘파란불’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제조업체 142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발표한 ‘2010년 5월 중소기업경기전망’ 조사 결과, 지수는 101.4를 기록했다.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한창 상승 분위기였던 2002년 10월 108.7 이후 최고치다. 지수만을 놓고 볼 때 중소기업들의 분위기는 그때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
특히 이 지수는 3개월 연속 기준치인 100을 넘어섰다. 이는 중기중앙회가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소기업계에 충만해 있다. 중소기업 가동률 역시 지난 3월 72.4%를 기록, 2007년 11월 이후 가장 높다. 반도체·LCD 등 우리 수출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관련 부품을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바빠지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올해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한다. 정부의 올해 최대의 난제인 일자리 창출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를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 대표 단체들은 ‘우리가 책임지겠다’며 발벗고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8일에는 중기중앙회·벤처기업협회·여성경제인협회 등 중소기업계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중소기업 일자리성공 D-248 점화식’을 개최했다. 고용의 날(11월 11일)까지 중소기업계가 2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을 위원장으로 13개 주요 중소기업 단체 회장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중소기업 일자리 만들기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추진위원회는 중소기업계의 일자리 창출 사업 추진과 함께 정책과제 발굴, 제도개선 등의 활동을 펼친다.
중소기업중앙회를 중심으로 정부, 국회와 만남을 갖고 업계 고충 전달과 함께 이의 정책적 대안발굴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와 자리를 갖고 중소기업 동향 소개와 함께 정책금융 지원 확대 등 현안 과제를 꺼냈으며, 3월에는 지식경제부·문화체육관광부·국토해양부 장관 등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중소기업계의 의욕이 높아진 현 시점, 중기청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관련한 업무를 맡고 있는 각 부처들이 중소기업을 적극 챙길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한 차원이다.
중소기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에 정부도 협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올해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예상에 따라, 중소기업이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측면지원 중이다. 대표적으로 중소기업 연구개발(R&D)자금이 크게 늘어났다. 올해 중소기업 정책자금이 큰 폭으로 감소한 가운데서도 중소기업의 R&D지원은 줄일 수 없다는 인식 하에 작년대비 15%나 크게 늘어난 5607억원을 편성했다. 특히 이 중 60% 이상인 약 3400억원을 상반기에 집행, 기술개발에 나서려는 중소기업이 자금난으로 못하는 것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또 중소기업이 단순히 기술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성과로 이어갈 수 있는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을 크게 늘렸다. 이 사업은 대기업이 구매의사를 밝히고 개발을 제안한 기술 과제에 대해 중소기업이 개발에 나서면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것. 올해만 200여 프로젝트를 통해 3조∼4조원대의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중기청 공동의 R&D협력펀드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달 20일 LS엠트론·삼성전기·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한국항공우주산업과 함께 총 700억원 규모로 펀드가 결성됐으며, 중소기업이 조성된 자금을 사용해 기술개발에 성공하면 참여한 대기업이 개발제품의 구매까지 책임진다.
이 밖에 최근 공개된 2012년까지 모바일 1인 창조기업 1만개 육성방안도 관심이다. 글로벌 앱지원센터를 설치해 개발자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앱개발 1인 창조기업이 중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특례 보증 지원 및 멘토링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세계 모바일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조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0일부터 1주일간 중소기업인들의 축제인 ‘중소기업 주간’이 펼쳐진다. 중기중앙회는 올해로 22번째인 이번 행사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중소기업이 보여준 노력과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10년을 주도할 중소기업 비전인 ‘스몰 자이언츠(Small Giants)’ 실현을 위한 기반 조성의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제도 ‘중소기업이 땀방울,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입니다’로 잡았다. 행사는 지난 한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의 노력을 격려하고 또한 재도약을 위한 사기 진작과 앞으로 신시장을 적극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논의의 자리로 구성했다.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이번 행사는 중소기업에 축제의 장”이라며 동시에 “중소기업이 재도약하고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선순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인터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하는 우리 경제 그리고 재도약하는 중소기업 이미지를 시연하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10일부터 5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하는 ‘제22회 중소기업주간’ 기획 취지를 이같이 밝혔다.
김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중소기업들이 보여준 노력과 성과를 평가할 것”이라며 또 “앞으로 10년을 주도할 중소기업의 비전인 작지만 강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몰 자이언츠(Small Giants)’ 실현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소개했다.
어두운 터널을 뚫고 나온 중소기업계에 이번 행사는 남다를 것이라고 김 회장은 강조했다.
“대공황에 버금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기업들은 수출이 감소하고 내수침체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는 등 중소기업인들은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경영 혁신 등 자구 노력에 집중해 왔습니다.”
김 회장은 특히 중기중앙회와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펼친 ‘1사 1인 고용’과 ‘일자리 나누기(잡 셰어링) 운동’ 등으로 사회적 책임 활동을 전개했던 점을 언급하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모범적으로 위기를 극복해내는 데 앞장섰으며 또 중소기업도 희망과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이 이번 행사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는 의사도 피력했다.
“이번 행사의 주인은 ‘중소기업인’입니다. 주인이 관심을 갖지 않는 파티는 초대자들에게 무의미하듯이 중소기업인들이 주간행사에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보여줘야 합니다. 지난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중소기업인들이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범을 보여준 것처럼, 이번 주간에서도 중소기업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재인식할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번 중소기업 주간이 단순히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중소기업계가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펼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이번 행사에서 나온 목소리를 반영, 정책반영으로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법률을 만들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 못지않게 작지만 불합리한 현장의 문제점을 찾아 개선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대·중소기업 상생 문제를 거론했다. “30대 대기업의 현금유보율이 3000%를 넘어섰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올 1분기 정책자금 수요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등 자금사정마저 넉넉치 못한 실정”이라며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없이 대기업만의 일방적 성공은 불가능하므로, 대기업들의 따뜻한 경기회복 온기가 중소기업에까지 전달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동시에 중소기업도 국가브랜드에 걸맞게 선진국 수준으로 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높여 중소기업 스스로 품격을 더욱 높여나가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김 회장은 이번 중소기업 주간의 주제인 ‘중소기업의 땀방울,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입니다’는 최근의 중소기업 이미지를 잘 구현한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릴 열린 전국중소기업인대회를 언급하며 중소기업인들이 큰 격려와 경영의욕을 얻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