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굴개굴, 꿀꿀, 꽥꽥, 음메∼’
스마트폰의 숫자 버튼을 누르면 동물 울음소리와 함께 해당 동물의 그림이 액정에 뜬다. 유달리 호기심이 많은 유아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장난감 전화기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더욱 인기가 있다.
유재현 예비창업자(35)가 개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베이비폰-동물농장’이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유씨가 지난해 두살바기 딸을 위해 개발한 작품이다. 지난해 7월 SK텔레콤 애플리케이션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이 애플리케이션은 TV 광고에도 실릴 정도로 콘텐츠의 우수성을 입증받았다. 출시 초기 3∼4개월간 6000만여원이라는 거액의 판매 수익도 올렸다.
복잡한 그림 속에서 정해진 캐릭터를 찾는 게임 애플리케이션인 ‘김씨를 찾아라’도 그의 작품이다. 지난해 연말 SK텔레콤 오픈마켓 공모전에서 입상한 이 애플리케이션은 현재 SK텔레콤 T 스토어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유씨는 지난 3월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 다니던 정보기술(IT) 개발 회사를 그만뒀다.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다른 업계에서 개발자로 와달라며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과감하게 뿌리쳤다. 그는 “현재 웹에서 이뤄지는 전자상거래 등이 앞으로 5년 정도면 모두 모바일로 대체될 것”이라며 “이것이 개발자들에게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부터 새롭고 창의적인 일에 관심이 많았던 유씨는 국내 스마트폰 콘텐츠 시장이 아직 덜 활성화됐다고 판단, 창업에 뛰어들었다. 아무리 창의적이고 좋은 아이템이라도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사장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이를 위해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들과 팀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예비창업자기 때문에 겪는 고충도 적지 않다. 아직 사무실이 없어서 미팅이나 회의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최근 서울시 청년창업지원사업에 신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유씨는 “무엇보다 사무 공간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달 말 서울시의 선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직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이라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없지 않지만, 앞으로 만들어 갈 회사의 비전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막힘이 없다.
유씨가 그리는 회사의 미래상은 예술을 표방하는 기업이다. 음악과 그림에 조예가 깊은 그는 모바일에 예술을 접목시킨 콘텐츠를 구상하고 있다.
최근 모바일 1인 창조기업 육성책을 내놓은 정부에 대해 유씨는 “막상 창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지난 1년여간 수 차례 고민을 하다 어렵게 결정을 내렸다”면서 “기업인들이 사업을 하다 만약 실패를 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