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들이 기업 생산현장의 애로기술 해결에 팔을 걷어 붙였다. 중소·벤처기업의 취약한 부분 가운데 하나인 연구개발(R&D)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고 나선 것. 산업기술연구회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맞춤형 기술서비스 사업의 기업혁신 및 장인정신계승 우수사례 발굴을 통해 출연연-기업 간 상생의 모델을 제시한다.
◇엔이알
조명관련 기술을 보유한 엔이알(대표 채현우)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장치 제어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한국 정보기술(IT)의 메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도움을 요청했다. 차세대 성장 동력인 LED 시장을 선점하자는 포석을 깔고, 기술이 조금 난해해 엄두가 안나던 시스템온칩(SoC)이 내장된 고효율 전원구동장치(SMPS)를 개발할 요량이었다.
제안이 받아들여지자, 인력 투입에 여력이 있던 엔이알은 조호길 ETRI 연구원을 중심으로 기업 연구인력 네 명을 붙여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본격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기간은 5개월, 지원받은 예산은 총900만원이었으나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는 것이 채현우 사장의 설명이다.
엔이알은 이 기술 개발을 통해 지난해 10억원보다 12배 늘어난 12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으며, 유럽과 중동에 대규모 수출 물량을 확보했다.
또 후속 조치로 SMPS 양산과 공정기술 개발에 5억원, 다기능 고효율 조명장치 개발에 1억5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기회까지 챙겼다.
채현우 사장은 “기존 가격의 50% 원가절감 등 지원 성과가 높았다”며 “이번 기술 개발로 다양한 LED 조명장치 제어기술을 확보해 국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엔에스씨인더스트리
경남 진해에 위치한 엔에스씨인더스트리(대표 이정수)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의 지원을 받아 자동차의 마그네슘 시트 프레임 제작 불량률을 무려 9분의 1로 줄인 모델 케이스다.
그랜저와 제네시스 차량에 들어가는 마그네슘 시트 프레임이 제작상 부품 미성형과 크랙 발생으로 불량률이 30%에 이르자, 김대업 생기원 연구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김 연구원은 지난해 3개월간 1100만원을 들여 공정 최적화에 나섰다. 현장 방문만 총 8회를 실시했다. 수시로 한 전화 통화 회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다.
김 연구원은 백 프레임 주조 및 쿠션패널 충전 시간에 따른 온도 분포를 재해석, 최적화 상태를 찾아냈다. 또 사출 조건을 다시 따져 기존보다 원료 충진 시간을 증가시키고, 균일 온도를 유지하는 방안을 찾아내는 방법으로 공정 최적화에 나섰다.
이를 통해 엔에스씨인더스트리는 연간 6억9900만원의 매출 증대와 10억9700만원의 원가절감 효과를 얻었다.
이정수 사장은 “30%에 이르던 불량률을 3%까지 줄여 설비가동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며 “생산 속도가 향상돼 중·대형 마그네슘 주조부품 제조로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