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IT서비스업체들은 예외 없이 클라우드컴퓨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추진전략과 사업 모델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회사는 그룹 관계사를 대상으로 초보적인 수준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였거나 곧 선보일 예정이지만 아직은 주로 자사 데이터센터에 있는 컴퓨팅 자원을 활용해 그룹 관계사들을 대상으로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에 국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다양한 방식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정착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 비해 아직 국내 클라우드컴퓨팅 시장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CIO BIZ+는 최근 국내 주요 IT서비스업체의 데이터센터장을 대상으로 ‘클라우드컴퓨팅 사업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대부분의 IT서비스업체는 ‘서비스로서의 인프라스트럭처(laaS)’ 위주로 사업을 막 시작했거나 준비 중이다. 사업 모델과 관련해 과금 문제와 서비스 모델, 법·제도 개선 등의 고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시장 성장 가능성에는 모든 응답자들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7명의 응답자 중 4명은 앞으로 클라우드컴퓨팅 시장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설문에는 국내 주요 IT서비스업체인 삼성SDS, LG CNS, SK C&C, 롯데정보통신, 동부CNI, 한진정보통신, CJ시스템즈의 데이터센터장 7명이 참여했다.
#“클라우드는 차세대 성장동력”
국내 주요 IT서비스업체들은 자사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를 하고 있거나 이를 준비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단순 검토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작업들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라우드컴퓨팅 관련 서비스 추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인 4명의 센터장이 이미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3명의 센터장도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이미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답한 업체 중에서도 삼성SDS와 LG CNS가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SDS의 경우 지난해 개발 테스트 플랫폼 서비스를 구축해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고 올해는 운용체계(OS)를 포함한 모든 소프트웨어(SW)를 중앙 서버에 올려놓고 개별 PC에서 서비스 형태로 쓸 수 있게 하는 서버기반컴퓨팅(SBC) 서비스를 시작했다.
LG CNS도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 플랫폼에 기반한 클라우드컴퓨팅 환경을 구축해 서버·스토리지·백업장비 등에 대한 IaaS 서비스를 LG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 SBC 서비스도 일찌감치 추진해 왔다.
두 회사보다 다소 시장 진입이 늦은 SK C&C는 최근 클라우드컴퓨팅 전담조직을 구성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 밝히지 않고 있지만 오픈소스 SW업체인 레드햇과 클라우드컴퓨팅 사업 협력을 맺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견 IT서비스업체들도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 2006년 데이터센터 설립 때부터 추진해 온 온디맨드 서비스를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로 발전시키고 있다. 고객들이 개별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도 인터넷과 네트워크 인프라 그리고 보안 인프라 등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한창 진행 중인 가상화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서버 및 컴퓨팅 자원까지 포함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동부CNI는 지난해 1차적으로 x86과 유닉스 서버를 중심으로 IaaS 서비스를 시작했고, 현재 클라이언트 가상화 서비스과 SaaS 영역의 서비스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 IaaS 위주 사업에 머물러
응답자 전원이 자사의 유력한 초기 사업 모델로 IaaS를 꼽았다. 국내 주요 IT서비스업체의 데이터센터들이 이처럼 IaaS 방식의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를 선호하는 것은 대규모 IT인프라를 쉽게 활용할 수 있어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초기 고객을 확보하기가 용이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설문에 답한 데이터센터장들은 인프라스트럭처의 표준화가 용이하기 때문에 IaaS 형태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상대적으로 손쉽게 선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데이터센터장은 IaaS 서비스가 비용 측면에서 가장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서비스로 인식될 수 있다고 답했다.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가상화 기술이 성숙된 점도 국내 IT서비스업체들이 IaaS 서비스를 초기 사업 모델로 선호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의 유형과 관련해 7명의 응답자 중 5명의 데이터센터장은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퍼블릭 클라우드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즉, 강력한 보안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비용적인 측면에서 높은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는 퍼블릭 클라우드의 장점이 결합된 모델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나머지 데이터센터장들은 프라이빗과 커뮤니티 클라우드를 각각 선택했다. 응답자 중 퍼블릭 클라우드를 사업 모델로 선택한 데이터센터장은 아무도 없었다. 내·외부 사업을 병행한다는 계획은 뚜렷한 반면에 아직까지 외부 사업만을 위한 서비스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현재 대부분의 IT서비스업체가 그룹 계열사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클라우드 단계에 있다”면서 “하지만 점진적으로 퍼블릭 클라우드 영역으로 사업 모델을 확장해 나가면서 전체적인 모습은 내·외부 고객 모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형태의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모델 발굴, 법·제도 개선이 과제
IT서비스업체들이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의 가장 큰 걸림돌로 판단하고 있는 것은 과금과 보안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과금 문제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보안 문제가 그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수익성 있는 서비스 발굴과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 서비스를 위한 SW업체들과의 가격 협상, 자원 공유를 위한 법·제도 개선 등이 사업 확대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답했다.
IT서비스업체들은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앞서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점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 발굴을 꼽았다. 또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 인식 전환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답했다.
비즈니스 모델 개발은 대형 IT서비스업체보다 중견 IT서비스업체들이 더 목말라했다. 동부CNI와 롯데정보통신, 한진정보통신은 다양한 클라우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1순위 과제로 꼽았다. 롯데정보통신의 경우 이를 위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서비스를 체계화할 수 있는 연구조직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IT서비스업체의 한 전문가는 “IT서비스업체들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수주·구축·운영 전반에 걸쳐 기존 IT서비스 공급 방식과는 다른 체계가 필요하다”면서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부터 마케팅은 물론이고 최종 사용자에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딜리버리 체계로 전환하는 것도 또 하나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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