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점수, 도입만이 능사 아니다

 이달부터 기능점수 도입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기능점수의 정확성이나 가치에 대해서 아직 이견이 분분한 게 사실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관련 매뉴얼을 내놓았지만, 이런 자료들보다 중요한 것은 발주처의 마음가짐이다.

 그러나 현실은 ‘역 기능점수 계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직 여건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역 기능점수 계산이라는 것은 해당 예산을 미리 정해놓고 이를 투입 인력수로 나눈 후, 기능점수 산정치(1 M/M당 몇 기능점수인지를 분석해둔 수치)로 다시 환산하는 것을 말한다. 기능점수 산정치는 업계에서 대략적으로 1M/M가 20∼25기능점수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능점수 산정치를 이용해 기능점수를 계산할 경우 시스템의 기능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점수를 매겨 단가를 산정하겠다는 기능점수 단가 산정의 기본 취지와는 동떨어지게 된다. 이는 사업 계획을 작성하는 담당자나 법안을 제공해야 할 정책 입안자가 기능점수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따라서 기능점수 방식의 확산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기능점수 도입이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최근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기능점수 방식을 확산하기 위해 정보전략관리계획(ISMP, Information Strategy Management Plan)을 적용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ISMP는 기존의 제안요청서(RFP) 작성 방법의 수준을 넘어 기능점수를 포함한 보다 상세한 RFP를 작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궁극적으로 ISP 단계부터 기능점수를 적용해 세부적이고 명확한 RFP를 작성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컨설팅 보고서 하나로 끝나던 기존의 ISP 결과물과 달리, ISMP는 기능점수 방식을 적용해 상세하게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현재 ISMP 제작과 적용에 관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오석균 현대정보기술 상무는 “기능점수는 상호 신뢰가 밑바탕이 될 때 진정한 도입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오 상무는 “기능점수를 통해 목표한 기능을 구현해주면 관련된 모든 업무는 끝나는 것”이라며 “결과 위주의 방식이기 때문에 상호 신뢰가 중요하며 불신을 갖게 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기능점수 도입은 힘들다”고 설명했다.

 오 상무는 원격지 개발이 가능해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기능점수를 도입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능점수로 단가를 산정하게 되면 IT서비스 업체의 개발자가 출퇴근하는 문제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력의 숫자에 연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상호 신뢰 없이는 힘든 일이다.

 오 상무는 “기능점수를 적용해 ISP를 발송하려면 보통 3∼4개월의 기간이 걸린다”면서 “공공기업들조차 계산은 하지만 적용 사례가 거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나온 기능점수 기준은 평균 수치이기 때문에 각 사의 시스템과 SW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따라 자사에 맞는 정확한 기능점수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