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스터디] 한국석유공사 ‘SEM시스템’

[케이스스터디] 한국석유공사 ‘SEM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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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석유공사는 공기업 최초로 외국인 임원 2명을 영입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성과에 따라 연봉을 차등해 지급하는 ‘민간기업형 퇴출 및 성과보상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한국석유공사가 지난해 만든 ‘Great KNOC 3020’이라는 중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다. ‘Great KNOC 3020’은 2012년까지 1일 석유생산량 30만배럴, 매장량 20억배럴을 달성하겠다는 공사의 대형화·선진화 목표전략이다.

 하지만 이같은 공격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전략집중형’ 조직으로의 전환이 시급했다. 이에 공사측은 대기업들이 전략 중심 경영관리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전략경영관리(SEM) 시스템 도입에 나섰다. 한국석유공사가 구축한 SEM시스템은 기존 공공기관들의 보수 체계를 완전히 깨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기업 문화까지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박세진 한국석유공사 기획조정실장은 “공사는 현재 18개국에서 49가지의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계속적인 인수합병 전략으로 짧은 시간에 대형화를 이루고 있다”면서 “이러한 급격한 환경 변화에 따라 경영시스템도 전략 목표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선진화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KPI와 중점과제 중심으로 업무프로세스 전환=한국석유공사의 SEM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프로젝트 기간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초까지 총 4개월간. SEM시스템 구축 작업이 이처럼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던 데는 강영원 한국석유공사 사장의 강력한 의지가 큰 힘이 됐다.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출신인 강 사장은 지난 2008년 취임 이후 공사에 민간경영 방식을 접목하는 데 많은 힘을 쏟았다. 공사를 전략집중형 조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SEM시스템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 진행했다. 심지어 강 사장은 기존의 주간·월간·분기회의를 각각 주간·월간·분기전략회의로 명칭을 바꾸면서까지 ‘전략’이라는 개념을 강조했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프로젝트가 추진된 만큼 애로 사항도 적지 않았다. 양승모 한국석유공사 전략기획팀장은 “프로젝트 기간은 4개월에 불과했지만 구축범위는 광범위했던 만큼 위험 요인이 많았다”면서 “이에 따라 성과관리시스템 고도화 등 4개 부문, 12개 실행항목을 우선적으로 선정해 추진했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는 기간계 시스템인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으로부터 도출된 각종 자료들을 SEM시스템에 그대로 활용하기 위해 일반 패키지 기반 솔루션 대신 자체 개발방식으로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국석유공사는 SEM시스템을 통해 전사 목표 전략이 각 하위조직에 계단식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 또 각 하위조직은 핵심성과지표(KPI)와 중점 추진과제 중심으로 업무프로세스를 바꾸고, 관리자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한 눈에 모니터링하고 피드백할 수 있도록 했다.

 즉, 공사의 전략 목표를 임원 뿐 아니라 처·실장, 팀장, 팀원들까지 모두 공유하게 하고, 전략목표를 위해 유기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기원 한국석유공사 IT기획단 팀장은 “SEM시스템을 운영하고 난 뒤 결과중심의 KPI 뿐만 아니라 과정중심의 중점추진과제를 관리하고 이를 모니터링하게 됨으로써 ‘상시’ 전략집중형 조직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SEM으로 전략 실행=한국석유공사는 SEM시스템 운영 이후 많은 변화를 이뤘다. 그 중에서도 공사측은 SEM시스템을 통해 실제 전략이 빠르게 실행되고 조직구성원들이 전략적 관점에서 업무를 추진하게 된 것 자체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다.

 박세진 한국석유공사 기획조정실장은 “회사 전체 KPI가 직원 개인에게 전달되는 것이 시스템상으로 일목요연하게 보여지고, 각 업무별 담당자들의 추진 내용 뿐만 아니라 심지어 현장의 매출 전표까지 다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또 “전 직원의 업무가 투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누가 잘 하는지, 못 하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직원들이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석유공사의 SEM시스템은 조직의 KPI 진척도는 물론 개인별목표관리(MBO)까지도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때문에 개개인의 업무지향점이 더 명확해졌다.

 또 한국석유공사는 SEM시스템을 통한 성과평가를 인사, 보수 등에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장급의 경우 개인평가와 조직평가를 통해 고성과자와 저성과자를 분리, 최종적으로 성과급 지급률이 600%까지 차이가 나도록 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SEM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의 자문 역할을 맡았던 카이스트 경영대학 이병태 교수는 “한국석유공사의 SEM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실제 사장과 경영진들이 직접 시스템을 활용해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라며 “공사의 글로벌 선진기업으로의 도약에 SEM시스템이 중요한 변곡점 역할을 하고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올해 초 SEM시스템과 연계한 경영회의시스템을 추가 구축했다. 이를 통해 모든 경영회의를 SEM시스템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했고, 특히 경영진 당부사항들을 시스템에서 총괄 관리하고 피드백하게 함으로써 실제 회의에서는 전략중심의 이슈와 문제해결 위주의 회의만을 하고 있다.

 

 <미니인터뷰>

 박세진 한국석유공사 기획조정실장

 

 -SEM시스템을 자체 개발한 이유는.

 ▲ERP 내 성과관리 모듈이 있었지만 이는 데이터 처리 중심이기 때문에 전략을 실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또 공사가 구축해 놓은 ERP와 연계·통합돼야 했기 때문에 일반 패키지 기반 솔루션의 도입도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자체 개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직원들의 불만이 컸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갑작스런 제도 변경에 따라 초기에 직원들이 업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머지 않아 직원들도 이러한 변화에 동조했다. 경영진들은 직원들과의 산행, 워크숍, 현장방문, 직속 의견창구 개설 등 스킨십 활동을 상시 운영하면서 직원들과 비전을 공유하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열정으로 바뀌었다.

 -구축 효과는.

 ▲가장 큰 성과는 SEM시스템을 통해 조직구성원들이 전략 관점에서 업무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즉 SEM시스템을 통해 전략 집중형 목표관리 체계를 실현했다. 또한 기존의 성과평가에 따른 결과 중심에서 과정 모니터링 중심으로 성과관리 패러다임도 전환했다.

 KPI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화됐고 공격적으로 바뀐 것도 또 하나의 성과다. 이 외에도 실제 2009년 성과관리제도 만족도 조사결과에서 소속조직의 핵심성공요인(CSF) 및 KPI 인지도 항목이 전년 대비 3.3%포인트 증가했다.

 -향후 고도화 계획은.

 ▲올해 SEM시스템 고도화에 나선다. 해외 광구가 늘어나면서 이들 사업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프로젝트관리시스템을 신규로 개발하고, 전략달성에 필요한 자원배분 및 KPI 정교화를 위해 ERP 내 관리회계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전문 기술자들이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만큼 글로벌 지식경영시스템도 올해 구축할 예정으로, 이러한 고도화 작업이 모두 완료되면 SEM시스템이 보다 정교한 전략경영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