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은 1부에서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한 벤처의 중요성 그리고 벤처가 성장·발전하기 위한 필수 과제·대책 등에 대해 짚어봤다. 벤처 대항해시대 2부에서는 우리 벤처산업의 굴곡을 알 수 있는 주요 벤처기업의 탄생에서부터 성장·발전 그리고 난관 극복 과정을 면밀히 살펴본다. 이 내용은 정부의 제2 벤처육성책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신생 벤처기업들에는 좋은 정보가 될 것이며, 정책 입안자 및 연구가에게도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창조적 명품.’
1995년 주성엔지니어링을 설립한 황철주 사장이 강조하는 용어다. 그가 말하는 창조적 명품은 전 세계 유일한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제품으로 단정지을 수 있다. 수년 전부터 우리 기업을 쫓아다니는 넛크래커·샌드위치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으로 이것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황 사장의 이 같은 창조적 명품론은 이미 그가 회사 설립 당시부터 주창했던 것이다.
◇세계 곳곳에 별을 심자=‘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국이 왜 장비는 수입해 쓸까.’ 황철주 사장의 이 같은 고민이 주성엔지니어링 탄생의 배경이다. 유럽 반도체 장비기업의 엔지니어로 일하던 그는 장비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드는 불균형적인 한국 반도체 산업 현실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벤처정신을 갖고 창업했다.
그는 “회사 설립 당시 ‘국내에서도 세계 선진 장비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이 필요하다’는 각오로 뛰어들었다”며 “반도체 핵심장비에 대한 많은 경험을 쌓아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이 같은 믿음을 잘 상징하는 것이 경기도 광주 회사 본사 건물 외부에 걸려 있는 태극기다. 가로 13m, 세로 19m의 대형 태극기는 회사가 전 세계 방방곡곡에 별(1등)의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회사 측은 “이 태극기가 세계 선두 장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임직원의 도전의식과 자부심의 상징”이라고 표현했다.
◇1500개 특허가 말하는 기술=산업계에서는 ‘주성엔지니어링의 연구개발 노력은 남다르다’고 평한다.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해서는 상당한 집념이 있으며, 현재의 회사 지위도 그 노력의 결과물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이 1999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며 모은 공모자금 모두를 R&D에 투자한 것과, 2001년부터 3년간 누적손실이 1200억원을 넘는 상황에도 R&D 투자를 줄이지 않고 이어간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물은 1500여개에 달하는 특허로도 알 수 있다.
주성은 “지금도 시장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차별화된 기술력”이라며 “주성의 이 같은 과감한 투자에 우려를 나타내는 시선도 많지만, 장비업체에 R&D는 회사의 지속성장을 이끄는 밑거름”이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핵심인력들이 여러 R&D 프로젝트를 진행 중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몇 년 후를 대비한 기술이다.
◇해외 시장 문을 열다=회사는 반도체·평판디스플레이(FPD) 그리고 태양전지 핵심 장비를 국산화했다. 이를 통해 국내 장비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국내에서의 이 같은 검증된 기술은 해외에서도 알려졌다. 2002년에는 반도체웨이퍼 원자층증착장치(ALD)의 미국 수출에 성공했다. 차세대 나노급 디바이스 제작에 필수적인 장치인 ALD장치는 당시 경쟁사보다 3배 이상 높은 생산성과 우수한 막질을 형성하는 장비였다. 2004년 지식경제부(당시 산업자원부)로부터 세계 일류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한 이 장치는 주성엔지니어링이 도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LCD시장을 미리 본 것도 회사의 꾸준한 R&D 결과물이다. LCD가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던 1999년에 회사는 R&D에 돌입, LCD용 증착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2002년 말부터 5세대 LCD용 플라즈마 화학증착(PECVD) 장치를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5.5세대, 6세대, 7세대, 8세대 LCD용 PECVD 장치를 우리나라를 포함 대만·중국 업체에 공급했다. 2004년에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 2위의 LCD용 PECVD장치 회사로 성장했다.
현재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및 LCD 전 공정 과정의 20%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전히 다양한 제품을 전 세계 주요 고객에 공급 중이다. 난관 속에서도 R&D 투자만은 줄일 수 없다는 노력이 남들에 앞서 시장을 개척했고 그 결과로 ‘글로벌 종합 장비회사’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닦은 것이다.
◇태양광서 미래의 빛을 보다=회사는 지난 2007년 태양광 장치시장에 진출했다. 한국에서는 크게 활성화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차기 유망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었던 시점이다. 회사는 앞으로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이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다. 대면적 디스플레이 장비 시장에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태양전지 시장에서도 이 기술을 활용한다면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확신은 서서히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회사는 박막형 태양전지 장치와 실리콘 기반의 결정형 태양전지 장치를 모두 공급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기업으로 태양전지 장치와 결정질 핵심공정 장치를 중국·미국·프랑스 등에 공급했다. 지난달에는 중국 최대 전력발전 회사인 G사와 1억4214만달러(약 1600억원) 상당의 태양전지 양산 장비 일괄수주(턴키) 계약을 체결했다. 올 10월까지 모든 장비를 납품할 예정으로, 국내 장비업계 단일 수출 계약 중 최대 규모에 달한다.
회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자체 특허기술과 핵심장비를 바탕으로 경기도 광주 본사에 생산 라인을 구축, 박막형 및 결정질 및 하이브리드 등 태양전지 각 분야 기술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개발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 중이다.
◆준비된 기술, 그것이 벤처의 핵심
주성엔지니어링의 성장 과정을 보면 언제나 다른 기업보다 한발 앞서 기술과 제품을 선보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분명 벤처기업에 중요한 메시지다. 시장이 열린 후에 신속하게 기술을 개발해 내놓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것으로는 지속성장에 한계가 있다. 미래의 산업 전개를 미리 내다보고 기술을 선보이고 남들에 앞서 추가 투자를 통해 앞서간다면 1등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앞선 기술을 강조하는 주성엔지니어링은 이를 위해 “고객·시장·경쟁사 등 종합적인 분석을 통해 개발된 차별화된 기술과 높은 생산성을 갖춘 제품 공급에 주력했다”며 특히 “이들 제품이 국내외 고객사의 필요와 일치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노력은 최근에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회사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LED 생산의 핵심장비인 질화칼륨(GaN)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 개발에 성공했다. 태양광에 이어 발광다이오드(LED) 분야에 진출한 것이다. MOCVD는 전 세계적인 LED 시장 확대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회사는 올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LED 장비 사업부문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이 밖에 세계 최대 기판 크기인 5.5세대급의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양산을 위한 핵심 증착기 국산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한 신기술 개발도 지속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앞선 기술 개발 의지는 공동 개발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2006년 하이닉스반도체와 차세대 반도체용 지르코늄 다이옥사이드 공정장비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사례가 대표적 예다. 이 장비는 반도체 회로선 폭을 80나노미터(㎚)급 이하 미세회로 공정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공정기술의 정보 분석은 물론이고 측정 장비가 태부족할 당시 양사가 공조해 이뤄낸 성과로, 지금도 양사는 상생협력이 아니었다면 얻기 힘든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지속 성장에는 경쟁사와는 차별화된 우수한 기술력 축적이 큰 힘이 됐다. 또 보유한 기술의 연관성을 활용해 시장을 미리 내다보며 준비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전지 등 각 분야에서 확보한 핵심 역량은 회사 성장의 발판이다. 회사는 제품에서 확보한 핵심 역량의 융·복합을 통해 신시장 개척을 위한 사업역량과 비전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회사 측은 “앞으로는 아무도 가지 않은 분야에 새로운 길을 만들며 성장해야 하는 만큼 기업 내부적으로는 전 직원의 창의성과 자율을 중시할 수 있는 무형의 재산인 주성엔지니어링만의 기업문화 구축에 집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황철주 사장이 말하는 벤처론
“무엇을 하겠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황철주 사장은 벤처기업에는 ‘확실한 목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록 ‘실패’를 할 수는 있지만 세운 목표만큼 명확히 갖고 매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가 창업 당시 “한국에서도 세계 선진 장비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이 필요하며 주성엔지니어링을 그런 곳으로 만들겠다”고 했던 목표와도 유사하다.
그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술과 제품에 기업의 ‘혼’을 담을 것을 주문했다.
“왜 우리에게는 스티브 잡스가 나오지 않을까요”라고 되물은 황 사장은 “스티브 잡스는 직접 개발하고, 마케팅하고 소비자와 만나 제품을 내놓는다. 자신의 혼을 제품에 심는 것”이라며 “그래야 진정한 명품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황 사장은 ‘창조적 명품’을 만들 곳은 벤처밖에 없다고 역설한다.
“변변한 산업이 없는 유럽이 버티는 것은 명품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명품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나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과 정책이 필요합니다. 10년 안에 명품 50개를 만들면 한국 경제는 10년을 더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벤처업계가 창조적 명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심어 줬다. 황 사장은 “과거 벤처 붐이 지금의 IT 경쟁력을 갖게 한 원천”이라며 “창조적 명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벤처 육성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조적 명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실력을 갖춘 일꾼과 인프라는 단번에 베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고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바로 도전정신을 가진 벤처를 육성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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