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바이오에너지

 1970년대 오일쇼크를 지켜본 브라질은 ‘에너지 독립’을 선언한다. 세계 최대의 사탕수수 농장을 보유한 브라질은 이를 이용해 바이오에탄올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다. 바이오에탄올 보급 확산을 위해 ‘프로알콜’ 프로그램을 만들고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바이오에탄올을 이용해 달릴 수 있는 플렉스카(Flexible Fuel Vehicle) 보급을 확대하고, 최소 혼합비율 정책을 통해 에탄올 소비를 늘려나갔다. 그 결과 브라질은 현재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연 160억ℓ의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해 휘발유 수입을 40%나 줄였다. 2006년부터는 매년 34억ℓ가 넘는 바이오에탄올을 수출하면서 에너지 독립국의 꿈을 이뤘다.

 ◇왜 바이오에너지인가=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200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바이오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85%에 이른다. 다른 신재생에너지원에 비해 역사가 오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양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2030년까지 유지될 것으로 본다.

 바이오에너지가 이처럼 각광을 받는 것은 이 연료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대안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실 바이오에너지도 사용할 때 기존 연료와 비슷한 정도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예를 들어 바이오에탄올이나 바이오디젤을 이용해 자동차를 움직이면 휘발유나 경유를 사용할 때와 비슷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이를 국가 이산화탄소배출량에서 제외해주고 있다. 바이오매스에 해당하는 작물이 자라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석탄을 태울 때 나온 이산화탄소는 다시 석탄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바이오에너지를 태울 때 나온 이산화탄소는 바이오매스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논리다.

 바이오에너지가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수송부문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석유 소비량의 50% 이상이 수송부문에 사용되고 있으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는 바이오에너지가 사실상 유일하다. 연비를 높이거나 전기차 보급을 늘리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른 시일 안에 이루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바이오에너지는 다른 신재생에너지와 달리 자동차용 연료 생산이 가능하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전기를, 지열은 열을 생산하는데 그친다. 게다가 이들 에너지는 저장이 어렵지만 바이오에너지는 쉽게 저장할 수 있다. 또 바이오에너지는 전기차충전소처럼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 없이 현재의 인프라를 고스란히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송부문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원료 고갈 위험이 없고 식물 경작 및 종자개량 기술 발달로 생산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바이오에너지의 미래 전망을 밝게 한다.

 ◇문제점=바이오에너지의 미래가 마냥 밝기만한 것은 아니다. 바이오에너지 원료가 무한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콩이나 옥수수·사탕수수 등 식용작물이다 보니 곡물가가 오르고 원료 자체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녹색성장위원회는 오는 2015년이면 국내 곡물 바이오에너지 원료가 바닥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기반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해외에 농장을 직접 건설하거나 해외 농장을 인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밖에 유휴용지나 농경지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겨울에 농경지에 유채를 재배하는 작업을 국내에서도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적 방법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비식용작물 등에서 바이오매스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볏짚이나 갈대·간벌재(숲을 가꾸고 난 후 산에 버려진 목재)를 적극 확보하고 바다에서 해조류 등을 채취하는 방법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식용 작물을 바이오에너지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도 중요하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 기술 수준이 식용작물에서는 비슷하지만 비식용작물에서는 많이 뒤처지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 기술개발에 몰두했지만 국내에서는 원천기술 개발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

 생산기반 확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수요기반 확보다. 바이오에너지 역시 다른 신재생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아직은 원가가 화석연료보다 비싸기 때문에 정부 지원 없이는 보급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바이오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면서 정부 지원도 포화상태에 다다랐다. 전문가들은 결국 바이오에너지 의무사용 비율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이진석 에너지기술연구원 바이오에너지연구센터장은 “우리보다 먼저 바이오에너지 정책을 시행한 나라들이 어떤 시행착오를 거쳤는지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사용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바이오에너지 의무사용 정책이 추세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용어설명=바이오에너지

바이오에너지는 바이오매스로 만든 에너지다. 바이오매스(Biomass)는 미생물이 분해할 수 있는 것으로 우리 주변의 ‘썩는 물질’ 대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유채꽃이나 콩·해바라기는 물론 가축분뇨·음식물쓰레기·유기성 폐수 등도 바이오매스다.

 바이오에너지에는 크게 ‘액체형’과 ‘가스형’이 있다.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은 액체형이고 바이오가스가 가스형이다.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은 각각 휘발유와 경유를 대신해 사용한다.

 바이오에탄올은 술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당(단 맛)을 포함한 식물인 사탕수수·사탕무·옥수수 등에 포함된 탄수화물을 발효해 에탄올로 바꿔주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에탄올은 순도가 13% 정도에 불과해 차량에 사용하는 순도 99% 이상을 만들기 위해 순도를 높여주는 정제과정이 필요하다.

 바이오디젤은 미생물을 통한 생물학적 방법을 이용하는 에탄올과 달리 화학적 방법을 사용해 만든다. 기름을 함유한 작물인 유채나 대두·해바라기씨에서 우선 기름을 뽑아낸다. 이 기름과 메탄올을 섞은 물질에 알칼리성 촉매인 가성소다(양잿물)를 넣어주면 ‘에스테르’ 반응이 일어나면서 바이오디젤이 탄생한다. 역시 정제과정을 거친다.

 바이오가스는 음식물쓰레기 등 유기성 폐기물을 활용해 만든다. 음식물쓰레기에 혐기성 세균(산소를 싫어하는 세균)인 메탄균 등을 넣어주면 혐기발효가 일어나면서 메탄가스가 나온다. 이 메탄가스는 순도가 50∼60% 정도인데, 이를 정제해 순도를 높이면 바이오가스가 된다.

 바이오에너지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바이오에탄올은 10%, 바이오디젤은 5∼20% 정도를 기존 연료에 섞어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브라질은 모든 휘발유에 바이오에탄올을 22∼25% 혼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다만, 독일은 트럭 등 몇몇 차종에 순수 바이오디젤 100%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