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로RNA는 최근 과학계의 중요한 발견 중 하나였습니다. 앞으로 마이크로RNA 외에 새로운 RNA도 찾아내 이들의 기능을 밝히고자 합니다.”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41)는 일찌감치 국가과학자 선정자 물망에 오른 우리나라 대표 스타 과학자다. ‘젊은과학자상(2007)’ ‘닮고싶고 되고싶은 과학자상(2007)’ ‘올해의여성과학기술자상(2007)’ ‘서울대 중견석좌교수’ 등 화려한 수식어가 김 교수를 따라다닌다. 하지만 김 교수의 연구 이력은 한 가지로 요약된다.
10년 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유전자 조절물질인 마이크로RNA 연구에 뛰어든 김 교수는 여전히 RNA에 대한 기초 연구 분야에서 할 일이 많다고 여긴다.
김 교수가 국가과학자로서 향후 집중할 연구 영역도 RNA다. “아직 기능이 밝혀지지 않은 RNA들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생성 및 작용 원리를 구명하고 나아가 이런 RNA들이 세포의 분화와 증식에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밝힐 것”이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이러한 연구 목표가 달성된다면 세포에서 유전자 조절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더 자세히 밝혀냄으로써 암세포 증식 억제나 줄기세포 생성 과정 촉진 등에 응용할 수 있게 된다.
올해 초 ‘셀’지 편집위원에 임명된 김 교수는 요즘 우리나라의 국제 협력 네트워크가 촘촘하지 못한 것에 위기의식을 자주 느낀다. “특히 이웃나라 중국의 관련 투자가 무섭다”고 그녀는 지적한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 문화적 개방도가 떨어지고 국제 활동 네트워크가 많이 부족한데 반면 중국은 질적·양적인 면에서 모두 비약적 발전을 하고 있다”며 “최근 중국 쑤저우 지역에 설립한 콜드스프링하버아시아와 같은 기관은 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학회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분야 글로벌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 중 하나도 국제 연구활동이라는 게 김 교수의 제언이다.
김 교수는 첫째, 연구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국제 경쟁력을 지닌 그룹을 많이 배출해야 하고 둘째,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학회 개최 및 연구 기반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은 과학기술과 산업발전의 기반 구축은 물론 고용 창출과 국격 제고에도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김빛내리 교수의 연구성과는>
김빛내리 교수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마이크로RNA’일 정도로 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마이크로RNA의 개척자로 인정받는다.
유전병의 20% 이상이 RNA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유전자 조절물질인 마이크로RNA의 기능을 구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동안 관련 연구는 매우 미진했다.
김 교수는 마이크로RNA의 생성 원리를 구명하고 기능을 최초로 밝혀냄으로써 마이크로RNA와 인간질병과의 관계를 밝히고 그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김교수는 특히 국제적으로도 이 분야를 이끌어갈 리더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 초 세계적인 생명과학 저널인 셀(Cell)지 편집위원으로 선임됐으며 교과부가 추진하는 GRL(Global Research Laboratory)프로그램의 초빙강사로도 초청됐다.
박성현 국가과학자 종합심의위원회 위원장은 “김 교수는 10여년 전부터 마이크로RNA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마이크로RNA 연구 분야를 스스로 개척한 공이 크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주요 이력>
- 1992·1994 서울대 미생물학 학사 및 석사
-1994∼1998년 옥스퍼드대 생화학과 박사
-1999∼2001년 펜실베니아대 박사후 연구원
-2001년∼현재 서울대 생명과하굽 계약교수·중견석과교수 등
-2010년∼현재 셀(Cell)지 편집위원
<주요 연구실적>
-유전자 조절물질인 마이크로RNA에 대한 연구 통해 마이크로RNA의 생성 원리 구명
-세포의 성장과 세포 사멸을 제어하는 마이크로RNA의 기능 구명(2009년 Cell·Nature Structural &Molecular Biology 등 게재)
-줄기세포를 조절하는 마이크로RNA 동정 및 그 제어 원리 구명(2008·2009년 Cell·Molecular Cell 등 게재)
-위 결과들은 총 5000회 이상 인용됨.
-상훈 :젊은과학자상·올해의여성과학기술자상·톰슨사이언티픽 논문인용상(2007), 호암상·지식창조대상(2009)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