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경영노트] 박주만 옥션 사장

[CEO 경영노트] 박주만 옥션 사장

 “옥션은 한국만의 성공 모델이 아닙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 본사를 포함해 각 나라 법인 즉 글로벌 e베이 네트워크에서 옥션 성공담은 여전히 연구 대상입니다. 미국 본사를 방문하는 국내 직원보다 한국을 찾는 해외 직원이 더 많을 정도입니다.”

 박주만 G마켓 옥션 통합 사장(44)은 “옥션이 비록 피인수 업체지만 미국 본사의 변함없는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옥션이 확실하게 자리 잡은 비결을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서 찾았다. 현지화가 가능했던 것은 역시 인터넷 강국이라는 든든한 인프라 덕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옥션은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e베이 해외 법인 가운데 3위에 올라섰습니다. 미국·독일 다음입니다. 물론 G마켓 인수가 크게 기여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은 글로벌 기업 시험 무대(테스트 베드) 성격이 강했습니다. 이 선입관을 바꾼 게 바로 옥션입니다. 새로운 기술과 모델을 단순히 테스트하는 데서 본사 전체 매출을 좌우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글로벌 기업에서 국내 법인이 차지하는 위상은 대략 매출 규모와 비례한다. 아이러니하게 각 나라 법인 매출은 국민총생산(GNP) 순위와 일치한다. 국내 법인은 대략 전 세계에서 9·10위권 수준. 그러나 옥션은 e베이 해외법인 ‘빅3’ 가운데 하나다. 그만큼 본사에서도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e베이가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은 국내 문화와 정서, 인프라를 기반한 옥션 플랫폼 때문입니다. 반대로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는 e베이 플랫폼을 고집해 실패했다는 게 정설입니다. 한 마디로 e베이와 아시아의 성향·문화가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e베이는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모델로 옥션을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의 거점을 서울에 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법인은 주로 홍콩·싱가포르를 고집하지만 e베이는 한국에 아시아 지역 본부를 설치했다. 옥션 모델을 기반으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 공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e베이는 중국에 진출했다가 철수한 쓰라린 기억을 가지고 있다.

 “e베이와 옥션은 모두 온라인 경매 모델이지만 운영 방식이 180도 다릅니다. 가령 e베이는 상품을 올려 주는 기준이 마감 시간입니다. 돈을 내면 누구나 올릴 수 있습니다. 상품도 중고품 위주입니다. 옥션은 마감시간이 기준이 아니라 인기도 순입니다. 돈을 받지 않는 대신에 내부 제품·품질·서비스 경쟁을 유도하는 식입니다. 제품도 ‘신상’이라는 불리는 신제품이 많습니다.”

 박 사장은 미세한 차이가 모여 결국 옥션만의 경쟁력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옥션에 대한 e베이의 짝사랑은 실제로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e베이는 ‘G마켓’을 인수했다. 인수 금액만 1조6000억원이었다. 또 한 번의 베팅을 감행한 것이다. 그만큼 옥션 모델, 나아가 국내 인터넷 쇼핑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정식 허가를 받고 현재 G마켓과 옥션 통합 작업은 80%가량 진행됐다.

 박주만 사장은 “올해부터 서서히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초기 온라인 경매, 최근 오픈마켓 성공을 기반으로 통합 법인은 전체 유통 시장에서 성공 스토리를 보여 주겠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