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냐, 쏘나타가 아니냐`로 선택의 폭이 극히 제한돼 있던 최근 국내 중형차시장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기아자동차가 신형 중형차 `K5`를 출시하고 르노삼성차는 자차 브랜드 재구매시 `로열티 할인` 등을 내세워 `SM5` 고객 유치에 공을 들이면서 90년대 말 `쏘나타-크레도스-레간자` 3파전 이후 제2의 중형차 혈투의 막이 올랐다.
주요 원인으로는 승용차시장의 허리라 할 수 있는 2000㏄급 중형차 주력 모델이 최근 6개월 만에 일제히 새로 출시됐기 때문이다.
또 준중형급으로 눈높이를 낮췄던 소비자들이 경기 회복에 따라 중형차로 다시 몰리고 있는 것도 중형차 전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10일 기아차는 지난달 29일 부산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K5의 계약대수가 1만1000여 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달 중순께부터 본격적으로 고객에게 인도되기 시작하는 K5는 출시 전 사전 계약이 6000여 대, 출시 후 계약이 5000여 대로 순항 중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YF쏘나타가 출시 하루에만 1만대에 가까운 계약을 기록한 점과 비교할 때는 적은 수준이지만 K5가 아직 본격 출고되기 전에 1만명이 넘는 고객을 유치한 것은 높은 관심을 반영한다"고 자평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신형 쏘나타 출시를 기다렸다가 다소 실망한 소비자들이 K5로 몰려들고 있고, 르노삼성은 차별화된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객층을 제대로 공략하면서 국내 쏘나타 독주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면서 "의미 있는 변화"라고 말했다.
출시 8개월째를 맞은 YF쏘나타는 4월 판매 실적이 1만1000여 대 수준으로 연말 세제혜택 효과 등에 힘입어 1만8000여 대 판매를 기록했던 열기가 점차 식어가고 있다.
이에 현대자동차는 지난달부터 쏘나타 구매 시 30만원 특별 할인 조건을 내걸고 수성에 나섰다.
신형 SM5는 다른 모델들과 달리 지난 1월 출시 이후 4월까지 매달 판매대수가 전달 기록을 경신하면서 특유의 로열티 효과를 맛보고 있다.
첫달 6171대에서 지난 4월에는 7474대가 팔렸다. 기존 르노삼성 차구매 고객에게 20만원을 추가 할인해주는 등 프로모션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4월 판매된 총 2만5000여 대의 르노삼성차 중 약 20%는 재구매 고객으로 파악된다"면서 "10% 남짓한 르노삼성의 시장 점유율을 고려할 때 확고한 고객층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최근 혼다 시빅과 미쓰비시 랜서 등 수입차들마저 2000만원대 중형차를 내놓으면서 국산 모델이 수입차와도 경쟁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형차를 고르는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이 점차 성능에서 디자인으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한다.
당장 YF쏘나타와 K5가 같은 세타Ⅱ 2.0 MPI 엔진을 장착해 주요 성능에 큰 차이가 없는데다 수입차와 비교해도 손색 없는 기술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ㆍ기아차가 뼈대가 같지만 외양과 편의사양이 다른 모델을 속속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이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 "다양한 중형 신차가 각축을 벌이면 장기적으로 품질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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