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 기업들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소재 분야에서 독자적인 원천기술 확보에 성공한 기업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세라믹, 패라이트(전자자석), 필름 등 핵심 소재들은 오래 전부터 일본·대만 기업들이 선점하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시장이다. 그동안 국내 부품업체들은 소재를 수입해 조립하는 수준에 머물면서 성장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그러나 토종 소재기술 확보에 성공한 기업들이 틈새 시장을 공략하면서 최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KMW, 디지텍시스템스, EMW 등 부품 업체들이 토종 소재 개발에 성공해 중견기업으로의 도약을 꾀하고 나섰다.
KMW는 크기는 작지만 성능은 세계 최고 수준인 4세대 통신용 RF필터 ‘블랙홀’을 출시했다. 이론상으로만 가능했던 이 제품을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은 KMW가 세라믹 소재 원천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KMW는 복합 소재를 이용해 세라믹을 공 모양으로 구워 한 개의 공진기에서 3개의 직교 주파수를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터치스크린 모듈업체 디지텍시스템스는 니토덴코, 수주토라 등 일본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는 투명전극(ITO) 필름 시장에 진출해 외산 소재를 빠르게 대체해 나가고 있다. 디지텍시스템스가 터치 소재 시장에서 주목받은 것은 디스플레이 반응 및 품질을 높인 인덱스 매칭 소재에 대한 원천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최근 디스플레이용 강화유리, 광투명점착제(OCA) 등 개발에도 착수해 소재 산업 외형을 넓혀갈 계획이다. OCA는 터치스크린 패드와 디스플레이를 붙이는데 사용되는 제품으로 3M·니토덴코 등 해외업체들이 독점하고 있으며, 강화유리는 중국·대만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다.
EMW는 4년 전부터 패라이트 연구개발에 집중해 200여 개의 핵심 소자 개발에 성공했다. 통신 소재 분야에서 일본 업체들의 기술력은 압도적인 수준이지만, 안테나 소재인 패라이트 분야에서만은 EMW 제품이 더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사는 세라믹, 패라이트 등 안테나 소재 사업화에 주력한 후 장기적으로 ‘수동 소자’ 분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환용 디지텍시스템스 사장은 “소재 업체들이 너무 많은 이익을 챙기다보니 부품업체들의 수익성은 점차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면서 “외산 소재를 국산으로 대체하고, 소재 분야로 진출해 수익성을 강화하는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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