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창의력과 혁신보다는 결국 삼성의 강점인 제조 기술 경쟁력 우위 분야를 유지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했다.
LED, 태양전지는 기존 반도체, LCD와 공정이 상당부분 일치하며 자동차용 전지는 노트북이나 휴대폰용 2차전지와 기술이 거의 흡사한 만큼 사업 연장 측면이 크다. 업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 LCD, TV, 휴대폰 등 기존 우위 분야의 지배력을 더욱 확대하고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등 신산업을 발굴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선택은 역시 제조업이었다.
특히 ‘아이폰 쇼크’로 명명되는 SW 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 사업 모델 제시, 아바타 성공에 따른 3D 콘텐츠 확보 열풍 등 신 조류로 삼성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지 않겠느냐는 일부의 전망과 바람은 크게 빗나갔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 팀장(부사장)은 5개 신사업 선정에 대해 “기술 등 내부역량이 있느냐, 시장성이 있느냐 이게 제일 중요한 요소였던 것 같다”며 “앞으로 기술의 변화, 시장의 변화에 따라서 새롭게 대응해 나갈 것이다. 2020년이 되면 환경과 에너지, 건강 이런 게 중요한 컨셉트일 거라고 판단해서 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른 투자에 대해서는 이 부사장은 “이번에는 다섯 개만이다. 미래에 투자할 다른 신사업이 있으면 추후 알려 드리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삼성그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이미 방향이 결정된 신 사업에 대해 조기 투자 의지를 밝힌 것”이라며 “SW나 콘텐츠 분야는 추후 의사를 표명하는 자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에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할 인재가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대부분의 임원들이 제조업에 익숙하다보니 제조업 외의 사업을 제시하고 실행해 나갈 인재 풀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삼성그룹이 5대 신수종사업에 2020년까지 23조원을 투자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같은 분야에서 ‘올인’을 선언한 LG그룹과의 불꽃 튀는 대결도 불가피해졌다. 삼성의 청사진에 담긴 태양전지 등 5대 신사업 영역은 LG그룹이 지난달 내놓은 ‘녹색 경영전략’의 사업영역과 대부분 겹친다. 아울러 두 그룹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해당 사업을 일정 궤도에 올려놓겠다고 공언한 시한도 2020년으로 같다. 삼성과 LG가 향후에도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