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그룹이 신사업을 놓고 주도권 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1일 삼성이 발표한 5대 신사업 청사진이 LG가 지난달 내놓은 ‘녹색 경영전략’과 대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그룹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해당 사업을 일정 궤도에 올려놓겠다고 공언한 시한도 2020년으로 같다. 투자 규모도 삼성이 23조원, LG가 20조원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전자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된 두 그룹 물밑 경쟁이 미래 사업 영역으로 번지게 됐다.
삼성과 LG는 모두 태양전지·자동차용 전지·LED 분야를 차세대 사업으로 꼽았다. 태양전지는 사업 진척도만 보면 LG가 조금 앞서 있다. 삼성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 기흥사업장에서 생산용량 30㎿(메가와트)급 결정형 태양전지 연구 개발라인 가동을 시작한 상태다. 그러나 LG전자는 구미에 연산 120㎿급 결정형 태양전지 생산라인을 지난해 말 구축하고 연초부터 양산을 시작했고 내년까지 같은 규모의 2개 라인을 지어 가동할 계획이다.
자동차용 전지 분야에서도 이미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은 삼성SDI와 독일 보시가 투자한 SB리모티브를 통해 자동차용 전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BMW와 미국 델파이 등을 공급선으로 확보했다. LG는 LG화학을 통해 제너럴모터스 시보레 브랜드 전기차 ‘볼트’에 장착할 전지를 납품할 예정이고 중국 장안기차 등과도 제휴관계를 맺은 상태다.
LED 조명 사업에서도 삼성LED와 LG전자가 이미 백열등·할로겐 등 대체용 제품을 내놓고 할인점·온라인몰 등 각 유통 채널에서 판매 경쟁에 돌입했다. 삼성이 바이오 복제약 사업을 들고 나온 의약 분야의 경우 LG가 오래전부터 LG생명과학을 통해 신약개발에 투자해온 터여서 일전이 예상된다. 삼성이 삼성전자와 삼성의료원, 삼성테크윈 등을 앞세워 혈액진단기를 시작으로 각종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밝힌 의료기기 분야에는 LG전자가 적극적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는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원격 진료와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케어’ 시범 사업을 위해 지난 3월 대구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지난달에는 세브란스병원과 의료기 개발 연구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