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사업 23조 투자] "친환경·헬스케어…빨라진 삼성의 `10년 승부수`

[삼성, 신사업 23조 투자] "친환경·헬스케어…빨라진 삼성의 `10년 승부수`

 11일 삼성그룹이 발표한 투자계획은 이건희 회장의 복귀 일성과 궤를 같이한다.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언급했던 것처럼 신성장동력 육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 특유의 스피드 경영을 통해 ‘10년 후 삼성’의 모습을 새로 그리겠다는 포석이다. 이 회장은 신사업 확정 후 이달 17일로 예정된 경기도 화성의 삼성전자 반도체 16라인 기공식에 참석하는 등 경영 현안 챙기기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삼성반도체 공장 신설은 2005년 화성에 15라인 공장이 들어선 이래 5년 만의 일로, 오는 17일 내부행사로 치러진다.

 5개 사업에 대한 조기투자 계획 발표는 그동안 만지작만지작했던 미래 승부수를 공식화한 것으로 사실상의 청사진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신사업에 대한 사전준비와 검토가 끝났으며, 시장성 역시 검증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삼성 관계자는 “기술 등 자체적인 내부역량 보유 여부와 시장성이 최우선으로 검토된 결과”라며 “신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2020년까지 총 23조원을 신사업 육성에 사용하겠다는 삼성의 투자계획은 그룹 전체 1년 평균 투자액을 소폭 밑도는 규모다. 투자 규모보다는 지난 3월 24일 공식적으로 복귀한 이 회장이 처음으로 주재한 회의가 신사업이었다는 점이 더 주목된다. 이건희 회장 부재 시 발표됐던 세종시 투자계획과 달리 삼성의 오너가 미래 투자계획을 공식적으로 승인했다는 점에서 5개 신사업에 대한 지원은 남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각 사업부별 과감한 투자집행과 기술제휴, 인수합병 등 신사업 분야 역량강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 부문을 별도로 책임지는 현행 삼성 사장단 체제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투자를 집행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 등에 대한 책임경영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동안 삼성 안팎에서는 신수종 사업과 관련해 뚜렷한 결과물이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이 2008년 4월 22일 퇴진한 이후 2년 동안 세종시를 제외하고는 대규모 투자계획이 발표되지 않았다. 삼성그룹은 지난 2006년 21조2000억원, 2007년 22조4000억원, 2008년 27조800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2009년에는 상대적으로 투자 규모가 축소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은 지난 1월 삼성전자, 삼성LED, 삼성SDI, 삼성SDS, 삼성전기 등 5개 계열사가 세종시에 2015년까지 총 2조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5개 신사업 분야는 ‘친환경’ ‘건강증진’이라는 2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선정됐다. 2020년이 되면 환경과 에너지, 건강 등이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시장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5개 사업은 로드맵에 따라 진행될 전망이다.

 삼성이 본격적으로 신사업 추진에 나서면서 앞으로 핵심기술 및 원천특허 등을 보유한 유망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 또는 기술제휴 등도 추진될 전망이다. 실제로 바이오 사업에 참여할 삼성의료원은 지난달 미국의 라이프 테크놀로지(Life technologies.LT)와 ‘인간 유전체 시퀀싱 및 유전자 기반의 진단·치료 글로벌 서비스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