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79)HP의 `허리케인`, 애플 `아이패드`와 경쟁할 수 있을까?

HP가 ‘윈도7’ 기반의 태블릿인 ‘슬레이트’ 개발을 중단하고, 대신 팜(Palm)의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웹OS’를 채택한 태블릿을 올 3분기쯤 내놓는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소문이다.

이 같은 소문은 지난 주 블로그 사이트인 `이그제미너`(http://www.examiner.com)의 포스팅을 인용해 PC월드,C넷,인가젯,일렉트로니스타 등 IT 관련 인터넷 사이트들이 일제히 보도하면서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웹OS` 기반의 태블릿 개발 프로젝트에는 ‘허리케인’이라는 코드명이 붙여져 있다. 하지만 HP가 `허리케인‘ 프로젝트에 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것이 없기 때문에 진위 여부는 좀 더 기다려봐야 한다.

따라서 현재로선 HP가 추진 중인 태블릿 `허리케인`의 구체적인 사양도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다만 `일렉트로니스타`는 HP가 인텔의 ’아톰‘ 프로세서가 아니라 암(ARM) 프로세서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IT전문매체인 `PC월드(http://www.pcworld.com)`가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PC월드는 HP가 `웹OS`를 태블릿의 운영체제로 채용할 경우 `윈도7`을 채택할 때보다 애플의 `아이패드`와 경쟁하는데 훨씬 유리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우선 ’웹OS`는 애플의 아이폰 OS처럼 `멀티터치` 기능을 지원한다. 물론 `윈도7`도 멀티터치 지원 기능이 있지만, `윈도7`은 기본적으로 모바일 기기보다는 키보드나 마우스 의존도가 높은 데스크톱용 OS라는 것이다.

PC월드는 이와 함께 HP의 ‘허리케인’이 애플의 ‘아이패드’와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근거를 5가지 댔다. 5가지 근거를 살펴보자.

1)어도비 플래시=익히 알려진 것처럼 애플은 어도비와 `플래시` 지원 문제를 놓고 한바탕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어도비 플래시가 아니라 HTML5를 지원하겠다는 게 애플의 입장이다.

반면에 안드로이드와 웹OS 진영은 어도비의 플래시 지원에 우호적이다. 이들 OS 진영은 자신들의 모바일 플랫폼에 어도비의 플래시를 지원한다는 전략 하에 어도비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HTML5`가 미래의 표준이라면 어도비 플래시는 이미 다양한 플랫폼에서 적용되고 있는 ‘사실상’ 표준이다. `허리케인`이 플래시를 지원하면 플래시에 반대 입장인 아이패드 보다 유리할 수도 있다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2)듀얼 카메라=아이패드는 카메라 기능이 없기 때문에 스냅 촬영을 할 수 없다. 반면에 `허리케인`에 듀얼 카메라가 장착된다면 주요 고객층인 비즈니스맨들이 스카이프 등 인터넷 전화를 활용해 영상통화를 하거나 화상회의를 하는 게 가능하다.

3)확장성=아이패드는 폐쇄적이다. USB포트나 SD메모리 카드를 꽂을수 있는 슬롯이 없기 때문에 비즈니스맨들에게는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반면에 `허리케인`은 USB포트에 외부 저장장치를 장착, 데이터를 복사하고 읽는 게 가능하다. 이동이 많은 비즈니스맨에겐 `허리케인`이 유리하다는 것.

4)유통 채널=HP는 글로벌 기업 시장을 겨냥해 이미 방대한 유통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이 유통 채널은 ‘허리케인’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애플이 일반 소비자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데 반해 HP는 기업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5)`HP`라는 브랜드 파워=HP가 애플처럼 충성적인 고객들을 몰고 다닌다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HP는 세계 최대 컴퓨터 업체라는 확고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다. 애플과는 달리 기업 시장에서 강세다.

HP라는 브랜드 파워에다 기업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력을 전면에 내세워 기업 시장을 공략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강점에도 불구하고 HP가 애플과 경쟁하기 위해선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 이른 바 ‘애플리케이션 격차(Application Gap)’ 문제다.

‘아이패드’는 20만개에 달하는 애플의 `앱스토어`라는 거대 생태계를 지원세력으로 갖고 있다. 이에 반해 `웹OS`의 앱 생태계는 애플 보다는 크게 뒤떨어진다. 게임업체인 EA를 비롯해 페이스북,링크드인,에버노트 등 업체들이 `웹OS`용 앱 개발에 참여하고 있지만 애플에는 필적하지 못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훨씬 많은 개발자들을 `웹OS` 진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HP가 비록 팜을 인수했다고는 하지만 앱 생태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판단이다.

아무튼 HP의 `허리케인` 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올해 3분기쯤 제품이 출시된다면 아이패드와의 일대 결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태블릿은 컴퓨터 시장의 패러다임을 뒤바꿔놓을 기세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HP로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 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