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밖으로 밀려난 한국 스마트폰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올해 1분기 글로벌시장 점유율 5위 바깥으로 확 밀려났다. 반면 노키아, 리서치인모션(RIM), 애플, HTC, 모토롤라는 `톱 5`로서의 아성을 굳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점유율 3.7%로 5위였으나 올해 1분기 모토롤라에 밀려 5위 밖으로 밀려났다. LG전자는 지난해든 올해든 아예 등수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이는 IDC와 휴대폰 분야 가장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 평가받는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등 2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의 분석에 따른 것이다.

10일 IDC에 따르면 노키아는 지난 1분기 판매량 2150만대로 스마트폰시장 점유율(39.3%) 1위를 지켰다. 업무용 `블랙베리`를 주력으로 하는 RIM은 1060만대로 점유율 19.4%를 기록하면서 2위를 유지했다.

이어 애플이 880만대로 3위(16.1%), 대만의 HTC가 260만대로 4위(4.8%), 모토롤라가 230만대로 5위(4.2%)를 차지했다.

스마트폰 선두 5개사는 모두 지난해 동기 대비 판매량이 늘어났다. 노키아가 56%, RIM이 45% 증가했고, 애플은 131%, HTC는 73%, 모토롤라는 91% 증가했다.

SA에 따르면 노키아는 △심비안 OS(운영체제) △터치스크린 △입력이 편한 쿼티자판을 특징으로 하는 전략 스마트폰 제품들을 1분기에 2150만대 팔았다. 이는 지난해 동기 판매량 1370만대에 비해 57% 늘어난 것이다. 중국, 남미, 아프리카ㆍ중동시장을 중심으로 `5230`과 `E63` 모델이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SA는 분석했다. 노키아는 이제 전체 휴대폰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일 정도로 강력한 스마트폰 판매 구조를 구축중이다.

RIM은 1분기 106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지난해 1분기 730만대에 비해 45% 늘었다. RIM은 3분기 멀티 터치스크린과 클라우드 바탕 웹키트 브라우저를 탑재한 `블랙베리 OS 6.0`을 선보이면서 애플과 격차를 더욱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애플은 지난해 1분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880만대의 스마트폰을 올해 1분기에 팔았다.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11%에서 올해 1분기 16%로 늘었다.

이에 따라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늑장 대응`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지난해 하반기에 삼성, LG 모두 제품 라인업이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국내 업체들이 OS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경쟁 업체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위기 요인으로 지목된다. 소프트웨어가 휴대폰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자 삼성전자는 별도 조직으로 미디어솔루션센터를, LG전자는 MC사업본부 콘텐츠서비스(C&S)그룹을 통해 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미들웨어에 가까운 플랫폼 `바다`를 선보인 것 외에는 아직 주목할 만한 성과가 없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거의 2년간 시장 대응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올해까지는 의미 있는 숫자를 보여주기 힘들 것으로 보이나 안드로이드 OS가 정착되면 내년쯤에는 점유율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올해 해외시장에만 40여 종의 신규 스마트폰을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의 바다 OS를 탑재한 `웨이브`와 오는 6월 국내시장을 비롯해 대부분 해외시장에 출시되는 `갤럭시S`가 전략 제품이다. 김환 삼성전자 상무는 지난달 말 IR 콘퍼런스콜에서 "바다 웨이브와 갤럭시 등 2분기 이후 출시되는 스마트폰 라인업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LG전자 스마트폰은 2분기부터 본격 출시될 예정이다. LG전자의 2분기 판매량은 1분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가 목표다. 조성하 LG전자 MC사업본부 부사장은 "올 하반기에 기능 및 디자인을 한층 강화한 스마트폰 5종을 추가 출시해 국내 스마트폰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톱5뿐만 아니다. 국내 업체들은 ZTE, 화웨이 등 스마트폰을 오래 준비해온 중국 업체들의 도전도 받아들여야 한다. ZTE는 지난해 3550만대, 화웨이는 2990만대를 팔았다. 점유율은 각각 3.1%, 2.6%. 특히 이들은 중국, 동남아, 중남미에서 선전하고 있어 올해 점유율이 이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 황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