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렌즈모듈을 생산ㆍ판매하는 코스닥 기업 세코닉스는 지난해 매출액이 79%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914%나 급증하는 `깜짝 실적`을 냈다. 지난해 좋은 성적을 낸 비결과 올해 실적 전망을 듣기 위해 경기도 동두천 본사에서 11일 만난 권혁대 세코닉스 대표는 "작년에는 정상화 기틀을 마련한 것이고 본격적인 사업 확장은 올해부터"라는 말로 운을 뗐다.
초창기부터 전문경영인으로 참여한 권 대표는 "1990년대 후반 CCTV가 크게 확산되면서 수출이 급증했고 외환위기 당시 원화가치 급락까지 겹치며 대박이 났다"고 회고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휴대폰에 본격적으로 카메라가 채택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카메라용 렌즈를 만들던 유일한 업체였던 세코닉스로 주문이 밀려든 건 당연했다.
곧바로 프로젝션TV용 렌즈 분야에 신규 진출했지만 프로젝션TV가 PDP, LCD 등 평판TV에 눌려 단명하는 바람에 투자비만 날리는 아픔도 겪었다. 그 사이 주력 부문이었던 휴대폰용 카메라렌즈 분야에는 경쟁사들이 잠식해 들어왔다.
2009년 휴대폰에서 치열한 카메라 화소경쟁이 펼쳐지며 다시 기회가 왔다. 카메라 해상도를 높이려면 렌즈 개수가 더 많이 필요해진다. 세코닉스 같은 기업에는 아주 좋은 기회가 온 것이다.
권 대표는 "오랜 양산 경험을 통해 터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쟁사를 월등히 앞서는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추다 보니 기회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휴대폰용 카메라렌즈 시장은 더욱 확장될 것으로 권 대표는 예상했다. 휴대폰에 카메라가 2대씩 채택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휴대폰용 카메라렌즈 시장 성장속도가 휴대폰 시장에 비해 2배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비해 세코닉스는 지난해 국내와 중국 공장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연 1억5000만개 생산능력을 갖춘 것이다. 권 대표는 "휴대폰시장에서 경쟁이 격해지면서 부품사는 원가 절감이 불가피하다"며 "대량 생산 체제와 표준화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부품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코닉스는 지난해 자동차용 카메라 분야에 신규 진출했다. GM대우에 장착되는 후방용 카메라렌즈는 전량 세코닉스에서 공급했다. 현대ㆍ기아차에는 지난해 말부터 K7 등 2개 차종에 넣기 시작했다. 권 대표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현대ㆍ기아차 신규 4개 차종에 채택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회사 측이 이 부문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자동차 전자화가 진전될수록 카메라장착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졸음 방지를 위한 운전석 카메라, 사이드미러 카메라, 블랙박스용 카메라 등 자동차에 카메라가 들어가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자동차용 부품은 신뢰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미리 검증을 받은 업체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사업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분야에서 올해 109억원, 내년 200억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LED조명용 렌즈도 기대를 걸고 있는 분야다. 세코닉스는 자동차용 LED전조등 렌즈 개발을 위한 국책연구과제를 수행 중이다. 올해 세코닉스 매출와 영업이익 목표는 908억원과 114억원이다. 각각 지난해보다 36.5%와 60.6% 늘어나는 규모다. 권 대표는 "안정적인 성장 토대를 마련한 휴대폰용 카메라렌즈에다 새로 진출한 자동차용과 LED용 렌즈가 가세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세코닉스는 특히 이미 대량 생산 체제를 갖췄기 때문에 매출 1500억원까지는 추가 투자가 필요 없다. 올해부터는 가용 현금을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권 대표는 "헤지를 위해 필요한 달러화 부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부채를 상환할 예정이며 현금 배당도 적극적으로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임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