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진의 무한혁신] <7>MIT가 만든 미래자동차 `시티카`

 MIT의 ‘미디어 랩’에서 만든 미래 자동차의 프로토타입인 시티카에는 엔진도 없고 변속기(트랜스미션)도 없다. 변속기가 없기 때문에 자동차를 반으로 접을 수 있고, 그래서 마치 슈퍼마켓의 쇼핑카트처럼 여러 대를 접어 좁은 공간에 많은 차량을 한꺼번에 주차할 수 있다. 일반 자동차 한 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에 시티카는 아홉 대를 세울 수 있다. 그럼 시티카의 엔진과 변속기는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MIT 시티카의 발상의 전환은 바로 그 바퀴에 있다.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엔진과 변속기를 모두 바퀴에 집어넣은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디자인 모토는 ‘타이어를 다시 발명하라(reinvent the wheel)’였다. 미국에서 이 표현은 별 효과도 없는 쓸모없는 헛수고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남들은 하지 말라는 일을, MIT의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모토로 삼았다. 이들은 바퀴를 실제로 다시 발명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이모저모로 고민했고, 그 끝에 자체적인 전기엔진과 변속기, 그리고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으로의 바퀴라는 발상에 도달하게 됐다. 시티카는 이런 네 개의 바퀴로봇을 중앙제어 장치를 통해 연결하고 그 위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얹음으로써 만들어진 자동차다. 전기배터리를 충전해 움직이는 시티카는 단순히 운송수단일 뿐만 아니라 전기의 수요가 적을 때는 저가로 전기를 구입해서 저장하고 있다가 전기의 수요가 많을 때 남은 전기를 비싼 값으로 되팔 수 있는 인텔리전트 에이전트를 구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각종 디지털 장비를 제어할 수 있는 운용체계가 있고, 이를 통해 내비게이션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각종 텔레매틱스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될 수 있도록 돼 있다.

 일반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공해가 없을 뿐더러, 15분이면 시티카를 조립할 수 있다. MIT의 시티카는 로봇, 통신, 그리고 컴퓨터 기술이 융합돼 움직이는 컴퓨팅 플랫폼이 될 자동차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1970년 초 GM자동차에는 약 10만줄의 컴퓨터 프로그램이 내장돼 있었다. 1990년대 초에는 그 숫자가 약 100만으로 늘었으며, 올해 말에는 그 숫자가 약 1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윈도XP가 약 4000만줄, 그리고 맥 OSX가 약 8900만줄인 것을 생각하면, 이제는 웬만한 자동차가 PC보다 더 복잡한 컴퓨터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미 고급자동차 원가의 약 50%는 각종 전자부품이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자동차 산업의 디지털 혁신의 미래는 무엇일까? 자동차의 디지털 무한 혁신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기존 자동차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기능을 첨가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라고 하는 제품 자체의 의미를 새롭게 재창조하는 데에 있다. 시티카는 컴퓨터와 엔진을 바퀴에 넣어서 바퀴를 재발명했다. 미래 경쟁의 핵심은 더 이상 단순한 가격과 품질의 경쟁이 아니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제품 의미의 재창조 싸움이다. 이와 같은 재창조를 위해서는 ‘타이어를 재발명’하고자 하는 미련해 보이는 노력을 뒷받침하는 리더와 조직의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유영진 템플대 경영대 교수 yxy23y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