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보기술(IT)업체 EMC가 우리나라 통신사업자와 인터넷기업과 손잡고 한국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 진출한다. 구체적 협력을 논의하는 상황이어서 연내 공동 마케팅 활동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조 투치 EMC 회장은 11일(현지시각 기준)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고 있는 ‘EMC 월드 2010’에서 기자와 만나 “EMC-AT&T처럼 통신사업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한국 시장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투치 회장은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춰 안정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한국 유력 통신사업자·인터넷기업과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치 회장이 한국 통신사업자와의 협력을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비즈니스가 성사되면 향후 다국적 기업과 국내 기업 간 클라우드 컴퓨팅 협력 바람이 거세질 전망이다.
투치 회장은 구체적인 협력대상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KT와 SK텔레콤이 유력하다. EMC는 한국 지사를 통해 이 통신사업자들과 클라우드 서비스와 관련해 다각도로 협의를 진행 중이다. KT는 지난달 표삼수 IT기획실 사장이 미국 현지를 방문해 EMC와 자회사 VM웨어의 현지 고객사이트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VM웨어 본사를 비롯해 EMC·VM웨어·시스코시스템스의 클라우드 사업연대인 ‘VCE’의 고객 사이트도 둘러봤다.
협력이 성사되면 EMC의 클라우드 솔루션과 서비스를 단순히 한국 통신사업자에 공급하는 것을 넘어 공동 영업도 이뤄질 전망이다. 최근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를 강화하는 통신사업자에게 EMC의 기업용 IT인프라 영업 기반이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치 회장은 이르면 연내에 방한해 한국 통신사업자들과의 협력 전략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8개월 내 한국에 방문할 예정”이라며 “주요 파트너를 만나 (클라우드 컴퓨팅 협력)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투치 회장은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과 기존 협력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는 “삼성은 EMC에 매우 중요한 파트너로 플래시 드라이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계를 맺고 있고, 향후 협력 폭을 늘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보스턴(미국)=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