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킨들’이 성공한 배경은 단 한 가지였다. 저작권자-출판사-소비자로 이어진 ‘지식 생태계’ 구축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일반 서점에서 구입하는 책 이상의 가치를 주었다. 불편함과 가격 부담 문제를 해결했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해 원하는 책을 내려받고 콘텐츠 가격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게 제공했다. 출판사와 저작권 업체에도 분명한 실익을 안겨 주었다. 책 수익금의 75%를 출판업체에, 나머지 25%를 저작권자 몫으로 모두 넘겼다. 책 판매 대금을 포기하고 단지 전자책 단말기 판매 수익만을 챙기겠다는 아이디어는 미 전역 대학교를 중심으로 ‘수요 몰이’에 성공했다.
조만간 국내 시장에 출시되는 애플 ‘아이패드’도 마찬가지다. 단말기가 가진 혁신성도 관심사지만 아이패드 중심으로 형성되는 튼튼한 생태계가 더 위력적이다. 단말기를 중심으로 유통 플랫폼이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구축되는 탄탄한 비즈니스 수익모델이 진짜 경쟁력이다.
장기영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은 “아이패드와 아이폰은 플랫폼에 불과하지만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무기”라며 “국내 업체가 아무리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도 고객과 콘텐츠 제공업체 모두에 매력적인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자책 분야에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한 또 하나의 배경은 후방산업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에서 무선데이터·콘텐츠 이어 IPTV까지 다른 산업과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전자책 산업도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다. 뉴미디어로 기존 출판산업과 동반상승할 수 있는 인프라 조성도 따지고 보면 생태계와 밀접하게 연결됐다.
문제는 생태계 구축을 위한 출발점이 단말기라는 점이다. 단말기 보급과 전자책 시장 활성화는 ‘닭과 달걀의 논리’처럼 불가분의 관계다. 국내에 보급된 전자책 단말기는 6종 정도. 가격은 30만원대 후반에서 20만원대 초반까지 천차만별이다. 소비자가 선뜻 단말기를 구입하려면 값을 더 떨어뜨려야 한다. 그러나 쉽게 가격을 낮출 수 없는 구조다. 부품 가격이 거의 정해졌기 때문이다. 먼저 패널은 대만 PVI 제품으로 부가세를 포함해 10만원에 조금 못 미친다. 전자잉크 구동 부품은 3만원 안팎이다. 엡손이 거의 독점 공급하므로 다른 제품을 찾기 어렵다. 여기에 기타 부품과 금형비, 인건비까지 합치면 제조원가는 20만원을 훌쩍 넘는다. 현실적으로 20만원 이하로 떨어지기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업계는 대안으로 단말기 가격 인하를 위한 세제 혜택을 기대했다. 최대봉 인터파크INT 도서부문 대표는 “단말기 가격은 시장 활성화의 걸림돌”이라며 “단말기 면세도 고려할 만한 정책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중호 북센 미래사업본부장은 “저작권에 구애받지 않고 쓸 수 있는 책이 빨리 전자책으로 만들어지고 이를 읽을 수 있는 단말기 시장이 활성화돼 일단 소비자가 전자책에 익숙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DRM과 같은 세부표준 수립도 중요하지만 전후방 산업을 고려해 전자책 유관 산업이 유기적으로 만날 토대 구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박창규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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