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원 연구비의 투명한 사용을 위해 오는 6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연구개발(R&D) 예산에 시범 적용을 시작으로 실시간연구비관리시스템(RCMS)을 내년부터 가동한다.
4조4000억원 규모의 지경부 전체 R&D 예산에 적용할 방침이다. 대학과 연구소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기존 시스템 병행에 따른 불편과 추가비용 발생을 우려했다.
시스템 구축을 담당한 산기평은 기업은행·우리은행·국민은행·신한은행과 협약을 맺고 가동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농협·하나은행·외환은행 등과도 사업 참여를 논의 중이다.
한승엽 정보화지원팀 선임연구원은 “RCMS를 적용하면 연구기관은 프로젝트를 수행한 뒤 정산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출 수요가 있을 때마다 실시간으로 받는다. 정부는 연구비 사용 내역을 직접 모니터링할 수 있어 연구비 부정 집행의 여지가 준다”고 설명했다.
RCMS를 도입하면 최근 5년간 150억원이 넘은 횡령, 허위증빙 등 연구비 부정 집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됐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한 관계자는 “R&D 지원 자금을 일반 비용으로 사용하는 등 상대적으로 부적절한 집행이 많았던 일부 기관의 관행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학과 연구기관들은 기존 시스템 병행에 따른 비용 추가 가능성을 우려했다. 대부분의 연구기관은 지경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부 부처와 연구 과제를 수행한다. 결국 기존 시스템과 지경부 RCMS를 별도로 운영함에 따라 추가로 비용이 든다는 지적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연구처장은 “RCMS는 관리자 편의를 위한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라며 “당초 목적대로 (부정 집행이 많았던) 기관만 적용하거나 전 부처가 시스템을 통합해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승엽 연구원은 “대학이나 연구소의 자체 회계시스템과 연계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며 “지경부 과제에 시범 적용한 결과에 따라 향후 다른 정부부처까지 확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용어설명>
실시간연구비관리시스템(Real-time Cash Management System)=정부기관이 시중은행과 연계해 국가 R&D 자금 사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다. 연구비 전체를 일괄 지급하지 않고 지경부 계좌에 예치한 후 연구자가 연구비를 사용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지급한다. 연구비 유용 등 부정 집행이 계속 발생하면서 정부 자금은 ‘눈먼 돈’이라는 비판이 일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의 일환으로 추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