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발 금융위기가 유럽 전체로 번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보내오는 경제 뉴스가 네티즌 사이에 화제가 됐다. 특히, 그리스 위기로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스페인 등 주변국들도 동반 위기에 빠지면서 재정위기 5개국을 부르는 ‘PIIGS’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PIIGS는 새로운 검색어 리스트에 올랐고 네이버 검색창에는 유럽증시, 미국증시, 유로화 환율 등 연일 그리스 사태와 관련한 검색어가 등장했다.
국제사회에서 그리스의 재정적자 문제는 지난해 11월부터 언급되기 시작했다. 올해 2월에는 논의가 본격화돼 그리스 재정위기에 대한 지원안이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거론됐다. 지난 3월 그리스 정부가 초긴축재정안을 발표한 데 이어 5월 그리스 의회가 세금인상과 공무원 급여 삭감, 연금 삭감 등을 통해 2009년 국내총생산(GDP)의 13.6%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2014년까지 2.6% 수준까지 줄일 것을 의결했는데, 그리스 국민들은 이에 폭력 시위까지 벌였다.
그리스 사태는 신용평가사의 국가 신용등급 조정이 이어지며 남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지난 4월 28일 스탠더드앤푸어스는 그리스의 국채 등급을 정크본드 수준인 BB+로 세 단계 내린 데 이어 포르투갈(A-)과 스페인(AA)의 신용등급도 각각 두 단계와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그리스의 위기가 한 국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유럽국가들의 부채가 서로 얽히고 섥혀 있기 때문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그리스 위기를 ‘유로존 위기’라고 부르는 이유다.
유럽 27개국 재무장관들은 지난 10일 12시간에 걸린 마라톤회의 끝에 최악의 누적채무 위기로부터 유로화를 사수하기 위한 방안에 합의했다.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IMF)이 7500억 유로 규모의 재정안정 기금을 조성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리스 사태는 강도높은 지원책에 힘입어 진정화되는 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재정안정 기금이 회원국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쳐야 하는 교훈을 10년간 부흥기를 맞았던 유럽 경제에서 다시 배우는 셈이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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