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혁명, 소프트파워
박승정, 문보경 지음. 전자신문사 펴냄.
최근 소프트웨어(SW) 전문가들을 크게 늘리고 있는 삼성전자. IBM왓슨연구소 출신의 이호수 미디어솔루션센터장(부사장)을 영입해 독자 스마트폰 운용체계(OS)인 ‘바다’를 개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워드를 주도적으로 개발했던 홍선기 DMC연구소 소프트웨어플랫폼 팀장도 SW 전문가다. 세트 제품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관련 SW를 개발 중이다. 얼마 전 영입한 강태진 미디어솔루션센터 전무는 지난 2000년 한글과컴퓨터를 만든 벤처 1세대 출신이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사용자환경(UI)과 SW 개발 인력을 현재 600명 규모에서 1000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LG전자도 SW에 대한 관심은 마찬가지다. 올해 신규 채용 1400명 가운데 500여명을 SW 분야에서 뽑을 계획이다.
요즘 우리나라 정보기술(IT) 산업이 SW에 엄청난 관심을 쏟고 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하드웨어(HW)’ ‘양산 경쟁력’에만 치중했던 모습과 비교하면 갑작스런 호들갑처럼 비치기도 한다.
물론 진원지는 ‘아이폰 쇼크’다. 요즘 우리나라 IT 업계의 경쟁력 지표는 위기 수준이다. 휴대폰 시장에서 각각 2, 3위의 아성을 굳혔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1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5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노키아와 리서치인모션(RIM), 애플은 그렇다 치고 대만의 HTC와 모토로라에도 밀린 것이다.
국가 IT 경쟁력도 위협받기는 마찬가지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별 네트워크 준비지수에서 한국은 2008년 9위, 2009년 11위, 올해 15위로 3년 연속 하락했다. 영국에서 발표된 IT산업 경쟁력지수도 지난 2007년 3위에서 작년 16위로 추락했다. 사정이 이쯤 되니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말도 엄살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한 번 SW를 외칠 때다. 전 세계 SW 시장은 지난 2008년 기준 1조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로 성장했지만, 한국의 점유율은 1.8%에 불과할 정도로 왜소하다. ‘미래혁명, 소프트파워’는 IT 전문기자들이 한국 SW 산업의 해답을 찾고자 쏟아부은 땀과 고민의 결실이다. 검색창 하나로 세계 인터넷 시장을 점령한 구글, 앱스토어라는 SW 마켓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풍을 일으킨 애플, SW 경쟁력을 무기로 전 세계 IT 시장에서 아성을 이어가는 IBM, 데이터베이스(DB)의 중요성을 깨달은 오라클…. SW 파워로 글로벌 시장을 석권한 기업은 많다. 그러나 IT 강국이라는 한국에는 왜 세계적인 수준의 SW 기업이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전문기자들은 취재일지를 다시 꺼내 들고 현장을 뛰었다. 이 책은 지난 20여 년간 국내 IT 업계의 성공과 좌절, 그리고 부활의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저자들이 한국의 SW 파워를 선진국 수준으로 만들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전 세계 휴대폰·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을 석권한 대한민국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는 지금, SW에서 성장 동력을 찾아 재도약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됐다. 제1부에서는 SW가 무엇이며 왜 중요한지, 또 글로벌 소프트파워 기업들은 어떻게 성공했고 그 비결은 무엇인지 사례를 통해 살펴봤다. 제2부에서는 우리나라 SW 산업의 역사가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시사점을 찾아봤으며, 우리가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글로벌 시장을 상세히 소개했다. 제3부는 국가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할 분야와 한국형 SW 발전전략을 도출하고자 했다. SW 산업의 핵심인 인재 육성과 지식재산권에 대한 해결 방안,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우리 기업들의 얘기도 담았다. 제4부에서는 국내 SW 산업을 이끌고 있는 부문별 대표 기업을 소개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가고 있는 그들의 진솔한 노력을 수록했다. 1만60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