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초고속 시대 기업의 실시간 대응력

[전문가칼럼]초고속 시대 기업의 실시간 대응력

 당신이 기업의 사장이라고 가정하고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생각해보자.

 주거 형태가 아파트건 단독주택이건 상관없이 창문이나 베란다에는 방범창이 설치돼 있고 출입문은 보통 이중 잠금장치가 돼 있을 것이다. 또 외벽이나 정원 등 외부에는 도둑의 침입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경보장치나 CCTV를 설치하고 외부 보안 서비스 업체의 전문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외부인의 무단 침입을 포함해 모든 정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있다.

 그리고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나가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 과정을 떠올려보자. 자동차에 시동을 걸면 자동차 앞면 계기판에는 현재 남아 있는 연료량, 냉각수 상태 등 자동차의 모든 작동 상태가 실시간으로 뜬다.

 또 회사에 출근해서 정문에 들어서면 외부 출입문은 물론이고 건물 출입구 곳곳에 경비실이 있다. 각 경비실에서는 CCTV를 통해 엘리베이터, 계단, 주차장, 복도 등을 모니터링하며 혹시 외부인이 들어왔는지,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요즘엔 디지털 네트워크 카메라,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아카이빙 스토리지 등으로 CCTV 영상을 모두 실시간 전송, 압축 저장해 장기 보관하기도 한다.

 그런데 당신 방인 사장실에 들어와서 PC와 모니터를 켰을 때 이처럼 실시간으로 속속들이 회사의 경영 상황을 볼 수 있는가. 경비원들도 건물 내외부의 현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의심스러운 상황에서나 위급 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데, 기업의 최고경영자인 당신은 회사 경영 상태의 실제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지 못하고 있다.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미래 현상을 예측하고 도달할 목표를 정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한 후 이 활동에 필요한 자원을 조직해가면서 목표에 접근해 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경영자는 기업을 이끌어가는 운전사와 같다. 하지만 자동차와 달리 기업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판단과 실행 과정을 거의 사람의 지식과 경험에 의존해 수행한다. 이로 인해 경영자와 관리자의 판단이 서로 다를 수 있고 의사결정이 전달되는 모든 과정에서 심각한 지연이 빈발한다. 또 실행 과정에서 현장 상황이 제때에 피드백되지 않기 때문에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연성·빠른 대응력·위기 대처 능력이 없는 기업은 심화하는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 기업은 운영(Operation) 측면에서는 이미 선진 수준에 도달했으나, 관리(Management) 측면에서는 그동안 관심과 노력이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게다가 기업 인수합병(M&A)·전략적 제휴 등을 통한 기업의 그룹화·협업화·공동화 현상의 가속화로, 공유된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요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 현상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경영자로 하여금 예측 행위를 절망적일 정도로 무력화시키고 있다.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쟁을 이기고 살아남으려면 다윈이 진화론을 통해 설파한 대로 ‘대응력’의 극대화가 올바른 전략이다.

 기업의 실시간 대응력이란 당신 회사의 일상적이거나 사소한 사건이 아닌, 심각한 사건 관계의 정보들이 사전에 어떻게 하부에서 상부까지 실시간으로 공유돼 실시간 대응 전략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는 마치 우리 몸에서 심장이 정상적으로 박동하고 있음을 늘 실시간으로 감지해 확인하도록 한다는 개념이 아니다. 이는 심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는 시점에 이를 즉시 조기에 감지해 우리가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현하려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지금은 어디를 향하여 가고 있는지 아무도 점칠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기관사 없이, 더욱이 브레이크도 없이 광속으로 달리는 초고속 열차를 타고 있는 것과 같다.

 기업은 이제 IT시스템을 통한 경영의 실시간 대응력, 즉 RTE(Real-Time Enterprise)화를 통해 기업의 하부 실무자부터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최고경영자(CEO)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정보와 지식을 실시간으로 공유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 생존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역동적인 사건(Event)을 적시에 파악하고 조기에 경보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을 마련함으로써 경쟁사보다 먼저 보고, 먼저 결정하고, 한발 앞서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선견(先見)·선결(先決)·선행(先行) 경영의 모색이 필연적인 시대다.

 박상진 딜로이트컨설팅 전무 sjpark@deloit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