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치니코프’. 한국야쿠르트가 지난 1995년 시장에 내놓은, 우리에게 익숙한 요쿠르트 상품 이름이다. 이 상품명은 1845년 5월 15일 태어난 옛 소련의 생물학자 일리야 일리치 메치니코프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이바노프카 지방에서 태어난 메치니코프는 하르코프대학 졸업 후 ‘원형질 연구’를 위해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에 입학했다. 그 후 오데사 대학 교수를 거쳐 1888년 파스퇴르 연구소에 들어가 루이 파스퇴르 박사의 지도 아래 세균학과 면역학을 공부했다.
파스퇴르 연구소 재직 시절 메치니코프는 장수하는 사람이 유난히 많은 불가리아 지방에선 요쿠르트를 많이 먹는다는 점에 착안, ‘불로장생’의 방법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메치니코프는 불가리아인들이 즐겨먹는 요쿠르트에 특정한 균이 함유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 결과 이 균이 생체 안에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조직 파편이나 낡은 혈구·노폐 조직·외부에서 침입한 유해 세균 등을 먹어치워 버린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균이 바로 대부분 현대인이 매일 섭취하고 있는 유산균이다. 메치니코프는 “유산균을 섭취하면 병에 걸리지 않는 체질로 바뀌며, 이것이 바로 불로장생의 비결이다”는 유산균 불로장생 요법을 주장했다. 유산균 요법의 발견과 이후 계속 이어진 세균학 연구로 메치니코프는 1908년 파울 에를리히 박사와 함께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받게 된다.
메치니코프가 발견하지 못한 점도 많았다. 그가 실험했던 방식대로 균을 하나로 분리하면 유산균 생존확률이 극히 낮아진다. 유산균을 먹더라도 장 속에 도달하기 전에 위산에 의해 소멸돼 큰 효과를 보기 힘든 것이다. 또 어렵사리 장에 도달하더라도 번식할 확률이 매우 적어진다.
메치니코프의 연구는 당시 유럽 전체, 나아가선 현대 사회 전체에 요쿠르트 소비를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메치니코프 이후 요쿠르트 개발 업체들은 효과적으로 유산균을 장내에 공급하는 법을 속속 개발했다. 노화가 장내 세균으로 인한 부패 때문이라는 메치니코프의 지적 역시 정확한 것으로 평가된다.
메치니코프 역시 매일 요쿠르트를 마셨다고 전해진다. 그는 1916년 7월 16일 동맥경화증으로 사망했다. 향년 71세. 자신의 불로장생법 연구결과에 대한 강한 믿음 때문이었을까. 당시 평균으로 따져보면 결코 짧지 않은 수(壽)를 누렸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자료협조=국립과천과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