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은 이 시대 젊은이들의 최고 화두다. 관련 기관들의 통계에 따르면 점점 나아지고는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취업을 위해선 중요한 관문이 있다. 면접이다. 하지만 취업준비생 박모(29)씨는 우수한 대학성적과 다채로운 경력에도 불구하고 변변히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진다. 사람들 앞에만 서면 식은땀이 나고 머리속이 백지장마냥 하얘지기 때문이다. 목소리도 떨리고 말도 두서없이 나온다. 그는 “면접공포증을 극복하고 싶다!”고 외친다.
박 씨의 정식 병명은 사회공포증(Social Phobia)이다. 사회공포증은 다양한 상황에서 여러 유형으로 나타난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적면공포, 손이나 입술 등이 떨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떨림 공포, 발표·브리핑·인사말·노래 등을 두려워하는 연단공포 등이 대표적이다.
또 자신의 표정이 어색해지거나 굳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표정공포, 타인의 시선에 관련된 불안으로 시선공포, 정면으로 다른 사람의 눈을 쳐다보지 못하는 정시공포에다 체취때문에 대인관계가 어려움을 느끼는 자기냄새공포까지 있다. 최근에는 권위적 사람이나 직장 상사 앞에서 긴장을 하고 두려워하는 ‘윗사람공포’로 고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 병의 발생 원인에 대해 많은 연구자이 유전자를 찾고 있다. 아직은 유전적인 요소에 의한 것인지 불안 행동을 학습을 통해 의한 것인지는 확실히 규명되진 않았지만 믿을 만한 연구 결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회공포증의 유력한 원인을 지목받고 있는 현상 중 하나는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 전달물질의 불균형이다. 세로토닌은 감정을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사회공포증을 가진 사람은 신경전달 시스템이 비정상적으로 예민해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일부 연구자들은 ‘편도체(amygdala)’라는 이름의 공포 반응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 지나치게 과민해 과장된 공포 반응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사회공포증의 의학적 진단은 쉽지 않지만,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생각과 행동을 교정해 심리적 증상을 호전시키는 치료방법이다. 약물치료에는 항우울제와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약물, 교감신경차단제 등이 쓰인다.
하지만 가장 좋은 치료는 결국 자가치료라는 게 중론이다. 박상진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지나친 열등감을 버리고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사회공포증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자료협조=한국창의재단